[회의는 끝났지만]

에피소드 22

by MS

회의실 문이 닫히고 사람들은 우르르 흩어졌다.
누군가는 웃으며 커피를 마시러 가고, 누군가는 방금 끝난 회의를 복기하며 다시 또 회의를 준비한다.

나는 조용히 내 자리로 돌아왔다.
모니터 앞에 앉아있지만 손은 키보드를 누르지 않았다.
그냥 가만히, 잠시 그렇게 있어봤다.

아까 들었던 그 말들…
“우리가 주도해야죠.”
“구체적인 실행은 그쪽에서 알아서 해주실 거죠?”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었다.
그럴듯한 말들, 아무도 손대기 싫은 일은 "알아서 해주실 거죠"라는 말 한 마디에 나눠졌다.
예상대로, 내 몫도 있었다.

누구보다 조용히 일하고, 누구보다 정확히 맞춰내고,
그러니까 늘 뒤치다꺼리를 한다.

그런데 이건 내가 택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말 잘하는 법을 배우려면 배울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괜히 꾸밈없이 말하려 했고, 내게 주어진 일은 정직하게 하려 했다.

조금은 억울한 마음이 들지만,
이렇게라도 버티고 있는 나를보면 안쓰럽다가도 오랜시간 고생했다 생각된다.
누군가는 개소리로 올라가고, 누군가는 묵묵히 아래를 받친다.
지금의 나는, 후자다.

하지만 언젠가—
나는 말이 아닌, 무게로 인정받고 싶다.
그게 언젠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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