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3
회의가 끝나고 자리에 앉아 있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이번엔 또 어느 팀에서 인사 이슈가 터졌고, 누가 누구랑 안 맞고, 누가 누가 억울하다고 한다.
모두가 각자의 입장에서 '정의'를 말한다.
그 말을 듣고 나는 판단을 해야 한다. 누구의 말이 더 현실적인지, 더 설득력 있는지.
하지만 때로는... 진짜 아무도 옳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내 판단이 칼날이 되기도 한다.
웃긴 건, 나는 이런 사람들의 커리어를 책임지는 사람이지만
정작 내 커리어는 누가 책임지는 걸까 싶은 날이 많다는 거다.
조직에서 사람을 평가한다는 건,
애매한 기준 위에 서서 남을 재단하는 일이고
애초에 다들 그렇게 '재단당하지 않으려고' 그럴듯한 말을 하고, 예쁘게 꾸민 보고서를 내고,
그 모든 걸 내가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는 게 늘 참 우습기도 하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진짜 능력 있는 사람은 말없이 일하지만, 결국은 말 많은 사람들이 더 빨리 올라가더라.
그래서 회의에서 터무니없는 말이 오가도, 그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으면
경영진은 그걸 '리더십'이라 부른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런 결정을 실행에 옮긴다.
사람을 다루는 일. 결국은, 사람을 설득당한 척하며 따라가게 만드는 일.
나는 그냥, 내 이름 석 자 걸고 그런 선택을 반복한다.
언제까지일까. 언제까지 이 무게를 버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