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31
“그만두고 뭐할 건데?”
누군가의 말이었다.
너무도 쉽게 던지는 질문인데,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워졌다.
무언가를 준비해야만 그만둘 수 있는 건가?
그래, 나도 안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하지만 그날, 회의실 창밖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지금 이 회의가 끝나고 나서, 나는 무엇을 얻을까?’
‘이대로 5년이 더 지나면,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맥주 한 캔을 샀다.
늘 마시던 브랜드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내가 고른 것’ 같아 조금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아주 작게,
“나도 내 삶의 선택권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지금 당장 모든 걸 정리하긴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아무 변화 없이 이대로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
‘언젠가’ 말고 ‘지금부터 조금씩’
내가 주도하는 하루를 살아보고 싶다.
그리고 그 하루가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정말 내 인생에서 일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지.
조금 웃기지만, 그 생각에 오늘은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