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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Apr 18. 2023

여자 혼자서 멕시코 키스 골목가면 생기는 일

07. 과나후아토와 키스 골목


여기가 디즈니 코코의 도시입니까?

멕시코 과나후아토는 디즈니 <코코(COCO)>에 나올 법한 도시로 유명한 관광 도시이다. 높은 구릉과 언덕을 따라 올라간 알록달록한 색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양, 사람들이 흔히 멕시코에 대해 위험하고 어두운 뒷골목 이미지와 대비된다. 마치 애니메이션에서 톡 튀어나온 듯한 마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과나후아또는 특히 한국 여행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곳이다.

멕시코 과나후아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나후아또를 디즈니 코코의 도시라며 찾아가지만, 정작 멕시코 사람들에게 과나후아또가 디즈니 코코의 도시라며? 물으니 대부분 의아해했다.


"과나후아또보단 미초아칸일 거 같은데. 멕시코에서 가장 큰 '망자의 날 el día del muerto' 축제로 유명한 지역이 있거든"


검색해보니, 디즈니 <코코>가 정확히 과나후아또에 영감을 받았다기보단, 과나후아또를 포함해 멕시코 전역의 여러 도시의 모습을 참고했다고 한다. 즉, 정확히 말하자면 과나후아또는 디즈니 <코코>의 배경 도시라기 보단, 사람들이 디즈니 <코코>를 보고 기대하는 도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안전하고, 평화롭고, 알록달록하다 .



정작 코코보다 유명한 것은 키스 골목  

과나후아또엔 저녁에 도착했다. 숙소는 언덕 꼭대기에 있어서, 배낭을 메고 무려 15분 넘게 구불구불한 경사길을 올라야 했다. 숙소 홈페이지에선 '파노라마 뷰'를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덥썩 예약했는데, 그 전망을 즐기기 위해선 매번 이 골목을 오르내리락 해야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과나후아또 숙소 올라가는 길 - 시작은 예뻤다. 천국의 계단들을 만나기진.

언덕이 많은 벽화마을 느낌이었다. 차이라면 벽화대신 빨강색, 핑크색, 초록색, 파랑색 등 취향껏 다양하게 색칠된 집이랄까. 마침내 도착한 집에선 맞은편 알록달록한 마을 정경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저 맞은 편 집에선 우리집이 파노라마 뷰의 일부겠지.


오후 7시여서 시간이 애매했다. 센터까진 걸어서 20분 거리이긴 하지만, 센터갔다가 오르락 내리락하면 금새 해가 질 거 같았다. 일단 물이랑 맥주,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야겠다 싶어서 다시 하산(?)했다. 원래는 근처 편의점에서 들러 바로 돌아갈 셈이었는데 아직 해가 완전히 저물지 않아서 센터까지 산책 겸 걸어가보기로 했다.


센터로 가까워질수록 축제라도 벌어지고 있는 냥 왁자지껄했다. 골목엔 플리마켓처럼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 부스들이 잔뜩 깔려 있었는데 알고보니 '핸드크래프트 페스티벌'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마을 중심 한 성당 앞에서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 함성을 지르고 있고 흥겨운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중세 복장을 한 남자들이 멕시코 마리아치를 연주하고 중간중간 농담 등을 던지며 관객 호응을 유도했다. 한 15분~20분 정도 그 곳에서 흥겹게 음악을 연주하던 이 악대들은 사람들을 이끌고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춤을 추면서 이들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 모양새가 마치 '피리부는 사나이'를 따라가는 아이들이었다. 손엔 봉지 칵테일을 들고 그들을 따라가는 한 멕시코 커플에게 "이게 뭐하는 거죠? 오늘 뭐 특별한 날인가요?"라고 물었는데 "같이 가자!!!!"하면서 나를 끌어들였다.

광장에서 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마리아치 악대들

알고보니, 이는 과나후아또에서 저녁마다 진행하는 워킹 투어 개념으로, 중세 복장을 한 이 남자들이 마리아치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하며 과나후아또의 주요 명소를 들른다. 특히 하이라이트는 과나후아또의 키스 골목에서 멋진 세레나데를 하는 거라고. "키스 골목이라고요?" 과나후아또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한 게 없었던 나는, 혹시 다른 단어를 잘못 들었나하고 반문했다. 그러자 내 주변 멕시코 사람들이 서로 키스하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과나후아또에 오면 키스 골목을 가야돼"


필요하면 내가 키스해줄까요?


키스 골목은 굳이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좁은 골목인데 유독 사람들이 터질 거 같이 많았는데, 사람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올려다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몸을 내밀면 서로 키스할 수 있는 거리로, 마주보고 있는 두 건물에서 각각 1명씩 서서 서로 키스를 하고 있다. 그들을 가까이서 찍어주는 사진사부터, 다음 자신들의 키스 차례를 구경하는 커플들, 키스하는 커플을 배경삼아, 얼마나 반복했을지 모를, 이 곳 키스 골목의 이야기를 큰 소리로 설명하는 한 가이드까지.

과나후아또 키스 골목 - 이 곳에서 키스를 하면 수십명의 사진에 담길 수 밖에 없다..

이 곳이 키스 골목이 된 사연은 멕시코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불리는 실제 이야기를 바탕에 두고 있다. 한 여자와 남자가 있었다. 여자는 부유했고 남자는 가난했다. 집안에선 이들의 사랑을 반대했고, 여자는 자신의 방 테라스에서 손 닿을 거리에 있는 맞은편 건물을 샀다.(....) 그리고 남자는 밤마다 이 건물 2층으로 올라가 여자와 키스를 나눴다는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다. 그렇게 이 곳은 키스 성지가 되었다.

좁은 골목에서 키스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


다른 건물 2층 테라스에서 서로 몸을 내밀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키스를 하고 있는 커플들 아래로, 두 건물 모서리에서 은밀하게 키스하고 있는 커플이 있다. 한 번에 두 쌍의 커플이 키스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남이 키스하고 있는 것을 눈 앞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한다는 것은 기분이 꽤 기분이 묘했다. 이제 슬슬 돌아갈까란 생각으로 발을 돌렸는데 간식을 파는 한 남자 아이가 다가 왔다. 18살은 됐을까. 개구진 표정으로 그 친구는 "사진 찍고 싶어요? 필요하면 내가 키스해줄게요" 라며 나에게 말했다.


마침, 이 키스 골목에서 돈 내면 키스 사진 같이 찍어주는 서비스를 파는 사람들이 정말 있지 않을까란 상상을 살짝 했었는데 농담으로 건넨 말이겠지만(혹은 실제 비즈니스일지도 모른다) 그 제안이 실제로 들어오다니. 어이가 없어 그 친구 눈을 쳐다봤는데, 능글맞게 쳐다보고 있었다. 호기심으로 "얼만데?"라고 묻고 싶었던 것을 참고 씨익 웃으며 "아디오스"하고 손을 흔들었다.

멕시코에선 친구끼리 키스를 할까?

내가 과나후아토에 방문하기 한 일주일 전에 멕시코를 여행하는 유튜버가 이 곳 과나후아토에서 여대생들과 '멕시코 키스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하는 영상을 올렸다. 멕시코에선 친구끼리도, 아무 감정 없이 혹은 재미로라도 키스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유교보이로서 충격(?)을 받는다라는 내용이었다.


이 영상을 보고 흥미로워져서 이후 다른 도시에서 다른 멕시코 친구들 여럿에게 이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멕시코에선 친구끼리 쉽게 키스를 한다"라고 일반화하기엔 무리였다.


물론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차이일수도 있다. 내가 이 질문을 한 친구들은 대부분 30대 초반의 밀레니얼 세대였고 이들은 "친구끼리 키스한다"라는 것에 대해 "볼 뽀뽀를 말하는 거냐"라고 되물었다.


친구끼린 당연히 볼 뽀뽀 인사 등은 가능하지만, 입으로 나누는 키스를 하진 안한다고. 물론, 사람들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그렇게 아무하고나 키스하진 않는다고 했다. 물론 종종 파티 등에서 술에 취해 친구들이랑 키스는 할 수 있겠지. 근데 굳이, 맨 정신으로 친구들이랑 장난으로 입으로 키스를 주고 받진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물론 멕시코에서도 'Friends with Benefits (연인은 아니지만, 육체적인 관계를 가지는 친구' 개념이 있긴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모호한 관계도 존재하는 만큼, 이 개념은 "멕시코에서 친구끼리 흔히 쉽게 키스를 한다"라는 것과는 다르게 접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멕시코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만큼 저마다 다른 생각과 문화가 있다. 나와 이야기하는 멕시코 친구들이 멕시코 모든 문화를 대변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이 나라는 이렇다더라, 저렇다더라" 쉽게 단정하는 것은 또다른 선입견(스테레오 타입)을 만든다. 모든 사람들이 주변 멕시코 친구에게 키스하자며 들이대는(?) 불상사가 없기를.





다음 메인 & 브런치 픽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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