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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Aug 20. 2023

멕시코 4개월 여행하면서 칸쿤 스킵한 이유

멕시코 칸쿤

칸쿤은 그냥 스킵, 갈 이유가 없어

멕시코를 여행하는 배낭여행객들에겐 유독 칸쿤은 인기가 없다. 호스텔이나 숙소에서 멕시코 여행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다들 칸쿤 이야기만 나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관심 없다는 투로 대답한다. 'Roll my eyes'이란 영어 표현이 있는데 눈을 위로 치켜뜨며 "허"하며 살짝 비꼬는(Sarcastic way) 몸짓 언어이다. 이 영어 표현을 그저 책으로만 익혔을 땐 실감이 안 났는데 내 앞에서 칸쿤 이야기를 하며 말 그대로 이 표현 그대로의 제스처를 취하는 외국인들을 보면 은근 웃음이 나왔다.


roll my eyes

나 역시 멕시코를 4개월 여행하면서 칸쿤이 있는 유카탄 반도에 도착했지만 유카탄 주도인 메리다와 중간에 바야돌리드란 도시, 툴룸으로 이동했다. 칸쿤에서 흔히 당일치기로 많이 오는 툴룸에서 5일을 머무르면서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칸쿤과 플라야 델 카르멘을 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래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여행의 목적 : 휴양 VS 현지 경험

멕시코를 여행하는 배낭여행객의 과반수는 유럽이다. 유럽 배낭여행객들은 대부분 호캉스보단 문화, 다양한 활동(등산, 서핑 등) 등을 현지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 등을 지향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투어보다는 직접 가는 것을 선호한다. 반면, 미국 여행객들은 유독 투어를 많이 신청하는 편이고 느긋한 호캉스를 즐긴다(이때 투어는 패키지 투어라기 보단, 1일 차량+가이드 투어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칸쿤을 찾을 땐 미국 휴양 여행객들의 모습에 가깝다. 특히 칸쿤하면 올 인클루시브 호텔을 빼놓을 수 없다. 럭셔리 호텔에 삼시세끼 무제한 제공, 액티비티나 전용 셔틀, 프라이빗 비치 등이 모두 포함된 개념으로 호캉스 스페셜 패키지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칸쿤을 여행하면서 세노테나 마야 유적 투어도 진행하지만, 대부분 바다 근처에서 호화로운 휴양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 나 같은 배낭여행객들에겐 이런 호화로운 휴양은 그리 의미가 없다. 이 호텔에 1박 숙박 비용은 최소 1주일 여행 비용에 달한다. 절약할 수 있는 곳엔 최대한 절약하고, 쓸 수 있는 데에는 확실히 쓴다라는 가치관을 가진 여행자의 입장에선 칸쿤의 매력도는 떨어진다.

칸쿤엔 정작 멕시코가 없다.


칸쿤은 지극히 미국화된 곳이다. 우리는 종종 "미국화(Americanized)"됐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는데, 이는 멕시코 칸쿤에선 정작 멕시코를 찾기 힘들고, 미국 휴양지의 일부로 보인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칸쿤이 멕시코란 이유로 "칸쿤 치안"에 대해서 많이 걱정하고 문의하는데,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나 휴양지는 안전하다. 오히려 미국 그 어느 지역보다 안전한 곳이 칸쿤이며, 밤늦게까지 바깥을 돌아다녀도 문제없는 지역이기도 하다.


사실 칸쿤 호텔존만 뚝 떼어내서 본다면, 전 세계 어느 지역에 붙여놔도, 이질감이 없을 정도로 멕시코만의 특성은 없다. 전 세계 휴양지의 호텔존, 럭셔리 리조트의 모습은 대개 비슷하고 지역적인 특색보단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췄기 때문이다.


심지어 물가까지 미국화되었다. 칸쿤은 멕시코에서 가장 비싼 지역이기도 하고, 흔한 길거리 타코마저 좀처럼 찾기가 힘들고, 찾는다 하더라도 가격이 멕시코 타 지역의 2배~3배일 정도로 상당히 비싸다.


칸쿤 5~10월엔 바다가 정말 안 예쁘다
사러가섬이 잔뜩 쌓인 툴룸 해변가

칸쿤하면 바다이다. 하지만, 정작 그 바다 풍경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그만큼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심지어 멕시코 칸쿤은 동남아보다 훨씬 먼 비행을 감수하고 찾아온 곳이 아닌가. 그런데 칸쿤은 5~10월에 방문한다면 정말 바다가 안 예쁘다 못해 더럽다. 사르가섬(Sargassum)이라 불리는 해조류 때문이다. 약 10여 년 전부터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이 사르가섬 번식 속도와 그 양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한다.

배를 타고 바다 안쪽으로 들어가 수영을 즐기려는 관광객들

단순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역, 해조류 수준으로 보면 안 된다. 해변에 쌓인 사르가섬과 물에 둥둥 떠다니는 해조류, 들어가기가 찝찝한 물 색깔과 냄새는 칸쿤 바다를 순식간에 "정말 안 예쁜 해변"으로 만들어버린다. 물론 호텔존 내 프라이빗 비치 영역은 호텔에서 매일 부지런히 이 사러가섬을 청소하기 때문에 나름 깨끗한 해변을 즐길 수 있지만, 근교 툴룸까지만 나와도 기대 이하의 해변 풍경에 실망감만 증폭시킬 뿐이다.



이번엔 칸쿤을 스킵했지만 그렇다고 칸쿤을 영영 가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신혼여행이건, 휴양 목적으로 여행을 하게 된다면 나 역시 칸쿤에 가 볼 의향이 있다. 게다가 칸쿤엔 훌륭한 스쿠버 다이빙, 프리 다이빙 포인트도 많지 않은가. 다만 이번엔 타이밍이나 내 여행 목적과 스타일과는 맞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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