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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Jun 21. 2020

ENTP형 인간의 MBTI 자아고찰

MBTI - ENTP형 분석에 대한 생각 

MBTI나 심리테스트,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알고 싶고 이것에 대해 공유하는 심리는 항상 있어왔다. 

페이스북 유저들의 사용이 활발하던 시절에는, 주기적으로 봉봉(Vonvon)의 각종 그런 류의 게시글이 유행했다. 가령, "신이 나를 만들 때" 라던지 "내가 솔로 탈출할 시기는? " 등등. 아무런 과학적 근거 없이 마치 랜덤 함수를 쓴 듯 결과를 아무거나 제시해주지만 결국 그것이 나를 표현하는 일종의 페이크 아이덴티티 (그냥 재미로 만든 나의 아이덴티티) 로 삼고 유저들은 재미로 공유하곤 했다.              


최근 약 3개월간 꽤 유행한 SNS에서 공유되는 MBTI도 사실 아예 새로운 것이 아닌, 내 기억으로만 해도 한 수년간 한 대여섯번은 해본듯한 오래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번엔, Covid-19 등으로 인해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고 싶어하는 자아성찰의 욕구가 강해진 탓일까. 아니면 단지 너무 심심한 탓인걸까. MBTI가 갑자기 큰 인기를 끌더니 TV 프로그램 혹은 각종 유튜브 채널에서도 MBTI 소재로 영상을 찍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요즘 인물중심의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 "MBTI 테스트 한번 해주시면 안되요?" 라는 요청 댓글도 쉽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왜이렇게 MBTI 에 열광하는 걸까.  

나는 심리테스트나 성격 유형 진단 등 이런 류의 테스트를 자주 하긴 했지만 그리 썩 믿을만한 구석은 못된다고 항상 생각해왔다. 혈액형, 별자리 등등을 재미로 보긴 했다. 하지만 누구나 다 그리 말하듯 "코에 붙이면 코걸이, 귀에 붙이면 귀걸이 식의 결과 해석"은 그냥 보는 사람이 느끼기에 맞으면 맞는거고 아니면 아닌, 그런 결과 투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의 MBTI 결과도 몇년간 계속 바뀌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이번엔 다시 열풍이 있길래 뭔가 MBTI에 대해 깊이 한번 파보고 싶었다. 놀랍게도 난 지난 5년간은 계속해서 ENTP형을 유지해왔고 인터넷에 ENTP 관련 자료나 짤 등을 보면서 참 신기하단 생각도 많이 들었다. 특히 나와 같은 ENTP 형 유튜버 영상을 보고 쓴 다른 ENTP 형 사람들 댓글이 정확하게 내가 하고 있는 행동과 똑같단 판단이 들었을 때 점점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 영상은 한 사람이 ENTP 형 사람의 특성에 대한 빙고를 하는 것이었는데 대부분 댓글들이 ENTP 형 사람이면 절대 이 영상 끝까지 안보고 저 빙고만 캡쳐해서 자기한테 해당되는지만 보고 나갈거야. 였다. 저 사람이 해당되건 말건 그건 내 알바아니라는거다. 이건 정확히 나의 행위와 일치했다) 




나의 ENTP형 이야기 


인터넷상에서 ENTP 빙고를 찾았다. 

myfreebingocard.com 에서 만든 MBTI 빙고들이 한국어로 해석되어서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걸 보는 순간 오우씨, 이거 난데? 하고 한동안 내 회사 메신저...의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을 해놨었다. 

(차마 카톡으로 할 순 없어서) 


만약 빙고에 체크된 횟수도 ENTP 유형의 강도를 체크한다면 나는 100% ENTP 유형이었다. 

정말 솔직히 24칸 모두 해당됐고 나를 아는 내 친구와 지인 10명 넘게 이것에 대해 인정했다. 

진심보고 빵터진 ENTP의 뇌 -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프로젝트" , "만약에~", "그럴듯한 개소리", "알코올과 커피", "나르시시즘 생각", 


ENTP는 여러가지 특성이 있지만

내가 이 빙고를 토대로 ENTP 유형에 대해 내 경험에 비춰 다시 서술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물론 이는 저 빙고와 내 경험을 기반으로 다시 서술한 글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겐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 



*아래의 그림 및 짤, 캡쳐본 등 내용은 트위터 'ENTP를 위한 MBTI 봇'을 일부 참고했습니다. 

https://twitter.com/EntpMbti?s=20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서 이를 통해 남을 설득(이기는 것)하는 것을 좋아한다, 한 우물을 파는 것보단 여러 우물 파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깊이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여러우물을 되게 폭넓게 파서 소위 말하는 알쓸신잡이기도 하다. 또한 그 우물을 얕게 팠음에도 깊게 판 척 하는 말재주가 있어서 사람들에게 "똑똑하게 보이는 방법"을 잘 알고 있기도 하다. 지적 허세도 꽤 있는 편이라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거나 혹은 책 읽은 척 티내기를 좋아한다. 


ENTP가 추구하는 것은 Novelty (참신함, 새로움)

그래서 기발한 아이디어 내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뭔가 달라" 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레인 스토밍할 때 항상 다르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남들이 다 던질만한 그런 아이디어를 입밖에 낼 바엔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게 낫다고 생각할정도로. 가끔 말도 안되는 아이디어라고 구박 받기도 하지만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내거나 문제가 닥칠 때 그것을 기발하게 해결하는 것을 잘한다. 즉 위기에 다소 강한 타입이다. 하지만 정작 작은 문제, 보편적인 문제에선 실수를 하거나 관심을 크게 보이지 않는다. (정말 공무원이나 루틴한 업무는 1도 맞지 않다) 서식이나 형식에 맞추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항상 색다른 방식으로 자료 등을 만들려고 한다. 어쩌면 그래서 대학생 때 내가 프레젠테이션 만드는 것에 푹 빠진 것일지도 모른다. 특정 템플릿에 내용 끼워 맞추는 게 아닌, 그 백지 슬라이드를 나만의 스토리라인으로 재구성하고 디자인해서 사람들에게 전달한다는 게 매력적이었고 매번 다양한 콘셉트와 형식 파괴를 하면서 시도했다. 


ENTP 형에게 기존에 해왔던대로 하라고 하면 안되는 이유 

이는,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규범이나 생각들, 틀에 박힌 것을 싫어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고등학교 다닐 때 항상 이해할 수 없었던 것 중 하나가 "0교시는 정규 수업도 아닌데 왜 0교시에 늦었다고 벌을 서고 엉덩이를 맞아야 하는거지?" 라는 것이었다. 아침잠이 정말 많았던 나는 0교시 (오전 7시30분 등교) 에 들어가 항상 엎드려서 중간에 끊긴잠을 보충했다. 


그러다가 "0교시는 불법이잖아, 그러니까 내가 0교시에 빠진다고 해도 이게 출결 등에 전혀 반영되지 못할거야" 라는 나름의 논리와 확신을 가지고 0교시를 아예 건너 뛰어 1교시 시작하기 10분전으로 내 등교시간을 스스로 조절했다. 7시 30분 등교에 1분이라도 늦으면 운동장 뛰는 아이들은 8시 20분에 당당하게 등교하는 나를 보면서 얄미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참 착했다. 아무도 선생님에게 이르지 않았으니) 즉, 자기 생각과 주관이 강하다보니 누가봐도 어떠한 규범과 규칙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이 들었을 때는 그것을 비트는 방법을 고민한다. 그리고 왜 다른 사람들은 같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면서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 답답해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절대 선동 하는 리더 행위는 하지 않는다) 


MBTI 유형별 구글 검색 결과 - ENTP 형 검색결과에 뜨끔. (정확한 IQ 테스트 -> 천재병) 


재수가 없을지 모르겠지만 노력에 들이는 시간에 비해 결과는 항상 잘 나오는 편이다. 그래서 약간의 천재병이 있다. 그래서 천재병이 있다는 거다. 항상 입버릇처럼 다는게 "아, 만약 내가 무언가를 실패한다면 그건 게을러서일거야. 마음먹으면 정말 잘하거든" 이다. 항상 미루다가 벼락치기를 할 때 그 누구보다 효율이 잘 나오는 편이다. 


어떠한 것이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것을 하기에 너무 게으를 뿐이다. 


문제는 거기에 자만해 특정 분야의 마스터 단계에 오르는 게 정말 힘들다는 거다. ENTP유형은 시작은 정말 창대하고 잘 벌리는데 일종의 용두사미인 격이다. 대신 시작할 때 정말 폭발적으로 시작한다. 그 누구보다 몰입해서 파고드는데 문제는 그러고 그 열정이 빠르게 식어버린다는 점이다. 시작하고 나서 끝을 잘 안내는 것은 약간 게으른 탓도 있겠지만 그 사이에 또다시 관심사가 다른데로 튀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기간으로 하는 것보다는 단기간에 승부하는 것에 강하다. 


충동적이기도 하다. 특히 이는 좋은 쪽으로나, 나쁜 쪽으로나 둘다 "아 미치도록 이게 하고 싶어" 하면 그것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지르기 보단 그냥 막 지르는 편이다. 심지어 한 회사 퇴사할 때 순간 너무 욱해서 상사에게 "저 회사 그만두겠습니다" 하고 나온 적도 있다. 다른 것도 일을 하다가 막 갑자기 뭔가 미치도록 하고 싶어, 분명 그건 우선순위가 아닌데 그걸 해결하고 다시 돌아와야 직성에 풀린다. 나쁘게 말하면 약간 산만하기도 하다. 이 역시 관심이 워낙 많은 곳에 분산되어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들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말주변이 좋고 성격 솔직, 쿨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지인들, 아는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 근데 의외로 다른 사람의 일이나 문제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고 별로 신경쓰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 주변 친한 친구라고 할지라도, 어쩌면 그 친한 친구란 레벨이 무안할 정도로 친구의 고민을 듣거나 해결해주고 위로해준 적이 별로 없다. 물론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서 위로 하거나 그런거는 있어도 왜, 일상에서 누군가가 당신에게 전화해서 이것저것 속풀이 하는 그런거. ENTP 형이 애초에 그런것에 무심하다보니 그런 일이 정말 드물다. 그래서 본인의 문제와 고민을 남들에게 막 드러내는 편도 아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공감이 되었던 부분은 ENTP는 E유형 중 가장 소심한 외향가 라는 점이다. E 성향 중 가장 I에 가깝다는 것인데 모순적이라고도 불리는 이유 중 하나다. 나 역시 예전 브런치 글에서 사람 대할 땐 외향적으로 보이지만 기본적인 속내는 내향적이며, 가끔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몰라서 한참 준비(?)를 해야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혈액형은 믿지 않지만 흔히 사람들이 예외적으로 보는 소심한 거 같지 않은 슈퍼 액티브한 A형이 바로 여기에 끼는게 아닐까 싶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다들 A형 같지 않은 A형이라고 너무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ENTP는 충동적으로 장기 계획을 세우고, 낙천적임과 동시에 세계멸망을 보고 싶어해. 착한 강아지(XXX)이고 솔직한 개소리쟁이들임 




이 글을 쓰면서도 ENTP 형은 꾸준히 못하고 오랫동안 잠수타다가 또 툭 튀어나왔다가 한다는 그 성향이 마치 지금의 내 모양새와 같아서 웃기기도 하다. ENTP 아니랄까봐, MBTI에 잠시 꽂혔을 때 밤을 새면서 관련 meme 짤을 찾았다. 


그리고 아주 한참후에 (1개월이 지난 지금 후에야) 이 글을 쓰니 참으로 ENTP형 스러운 성격이다. 


MBTI에 대한 논쟁은 항상 많지만 가끔은 자신에 대해 말해주는 제 3자의 말을 듣고 하나하나 그것이 정말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나인지 아닌지, 생각해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의외로, 우리는 일상 생활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을 깊게 해보지 않기 때문이다. MBTI는 그에 대해 가볍게 나마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장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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