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다양성 영화의 한 장르로 여겨지던 ‘음악영화’의 흥행은 국내에서 더 이상 놀랍지 않은 뉴스가 됐다. 정작 그 영화가 만들어진 국가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음악영화들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전 세계 최고 흥행국’이라는 기록을 세운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가운데 아일랜드 출신의 존 카니 감독은 영화 <원스>(2007)에 이어 <비긴 어게인>(2014), <싱 스트리트>(2016) 등을 연달아 흥행시키며 국내에서 가장 사랑 받는 음악영화 연출자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70년대 영국 록밴드 ‘퀸’을 소재로 한 <보헤미안 랩소디>(2018)가 천만에 가까운 관객몰이에 성공하며 역대 음악영화 관객 수 1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많은 음악영화들이 국내에서 사랑 받고 있지만, 그 흥행작들을 살펴보면 여성 뮤지션을 조명하거나 혹은 여성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영화는 찾기 어렵다. 가령,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이트에 ‘음악영화’를 검색했을 때 먼저 노출되는 영화들을 살펴보더라도 앞서 언급한 영화들을 비롯해 <위플래쉬>(2014), <인사이드 르윈>(2013), <러덜리스>(2014), <프랭크>(2014), <어거스트 러쉬>(2007), <본 투 비 블루>(2015) 등 남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그려진 영화들이 다수다. <라라랜드>(2016), <비긴 어게인> 등에서는 여성이 제법 주요한 역할로 나타나긴 하지만, 그 여성의 정체성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플롯을 위한 하나의 등장인물로서 존재하는 것이 보통이다.
여성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특별해야 할 이유는 없다. 굳이 심오한 의미를 찾으려 노력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단순히 사랑을 꿈꾸는 여인, 혹은 주인공을 위한 보조적 인물을 넘어 삶이라는 하나의 이야기의 주체로서 영화 속 ‘그녀’를 마주하고 싶었다, 우리에게 끝없는 영감을 주는 뮤즈로서 존재하는 여성 음악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녀들의 음악을 함께 향유하고 싶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여성 뮤지션을 소재로 삼거나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하는 음악영화들이 꽤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시리즈에서는 크게 흥행하지는 않았지만 여성 캐릭터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는 음악영화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가운데 이미 많이 알려진 영화들은 가능한 배제하려고 했다. 얼마 전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곡상을 받으며 다시 한 번 화제에 오른 레이디가가 주연의 영화 <스타이즈본>(2018)을 시작으로, 아이슬란드의 여제 비요크의 유일무이한 연기를 볼 수 있는 <어둠 속의 댄서>(2000), 전설적 재즈 싱어들의 삶을 다룬 <레이디 싱스 더 블루스>(1972), <니나>(2016), 영원한 팝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휘트니>(2018) 등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여성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여성생활미디어 '핀치'에 연재한 시리즈로 허락을 구해 브런치 독자들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