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삥뜯기"를 하지 않았을텐데
If I were you (나라면)
미국인 동료 교사 생일 파티에 초대받았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토요일 정오때 만나는 파티였다. 휴.. 토요일 점심시간. 내게는 프라임타임, 황금시간대로 분주한 시간이다. 아니, 교사들에게, 직장인맘들에게 토요일 이 시간은 황금 시간일테다. 첩첩산중으로 겹쳐진 빨래와 밟으면 터질듯한 지뢰밭같은 거실, 밀린 서류와 다음 주 수업 자료 준비,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 라이드를 세 번을 해야하는 상황.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그래도 갔다. 이유는 셋! 첫째, 단순히 축하해주고 싶어서! 생일선물로 마음을 전할 자연스러운 기회가 생긴거 같아서, 넉넉한 선물 곱게 포장해서 준비했다. 둘째, 다른 동료들과 더 돈독해질 소셜 기회를 만들기 위해! 주말에 동료들을 보는 재미도 있을 법 했다. 학생, 학부모, 학교 얘기 아닌 얘기를 하는 묘미도 있을 법 했다. 셋째, 미국 중년의 생일 파티의 풍경이 궁금해서! 숱하게 꼬마들 생일파티만 참석해온지라, 미국인 어른의 생일 파티가 궁금했다.
그리고 후회했다. 이유는 둘! 첫째, 우린 여전히 학교 얘기를 했다. 주중에 못다한 밀린 학교 얘기들. 둘째, 음식값이 더치페이였다. 에피타이저, 메인, 음료, 후식 모두 더치페이였다. 미국에서 더치페이는 문화적인 특성 상 일반적이지 않냐고? 그렇다. 통상적으로 레스토랑에서 파티를 하는 경우, 게스트가 본인 음식값을 내는게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삭막한 개인주의 미국문화 일지언정, 생일맞은 호스트가 애피타이저, 음료, 혹은 후식이라도 제공하는게 배려이다. 그리고 생일초대장에 “guests will be responsible for their own expenses (손님이 본인 비용을 감당해야한다)”라는 문구를 넣어주는게 예의이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호스트가 아마존 위시리스트에 받고 싶은 선물들을 넣은 후, 그 링크를 돌렸다고 한다. 삥뜯긴 기분이다. “생일 삥!” 토요일 점심, 이 골든타임에 본인을 위해 모인 동료 교사들에게서 축하와 선물만 받는 50살 어른의 생일 파티는 별로였다. 불쾌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메인 음식 제공은 물론이거니와 감사한 마음 담은 구디백도 준비했을 것 같다. 레스토랑 음식값 감당이 어려웠다면, 집으로 초대해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직접 요리해서 최대한의 정성과 호의를 베풀었을듯 하다. “나라면” 말이다. 글쎄, 한국인의 유별난 "정 문화"에 익숙한 나여서가 아니라, 그저 "나라면" 나로인해 모인 고마운 분들에게 “더치페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타국살이 세월 동안, 이방문화 속 직장 생활하는 동안, 수 없이 "나라면"을 끓여왔다.
'나라면 빈틈없이 준비했을텐데, 나라면 30분 먼저 와서 미팅을 수월하게 준비했을텐데, 나라면 최소한 석달 전에는 미리 준비를 했을텐데, 나라면 슬라이드를 더 보기 좋게 꾸며놓고 더 수월하게 진행했을텐데, 나라면 더 잘할텐데...'
과연 그랬을까? 아마 내가 더 잘 했을 수도 있을게다. 하지만, "나라면"으로 얻는건 그저 오만함, 우월감, 자화자찬, 허풍, 속물, 자만, 교만일 뿐이다. 이 폐좨적인 "나라면"은 나를 나로 올리고, 너를 너로 내릴 뿐, 그리고 우리를 남으로 멀리 밀어낼 뿐이다. "나라면"은 불필요하게 방어적이고 비판적인 벽만 쌓을 뿐, 서로를 위해 담을 허물지도 못하고 다리를 놓지도 못할 뿐이다.
그래서 끓이려한다.
"너라면"
'너라면 그 선택을 하는게 옳았겠구나. 네 상황이었으면 그랬을 수도 있겠구나...'
그 땐, 그 순간에는 몰랐지만, 그 찰나에는 격분했지만, 네가 이의를 제기했기에, 네가 결정했기에, 네가 판단했기에 상황이 나아진 경우가 있었다. 많았다. 그래서 "나라면"이 일렁일렁 올라올때, "너라면"으로 꾸욱꾸욱 누르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과연 내 생각이 맞는지를'
"그래, 너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