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킨 아이, 도망간 아이, 사라진 교실

교실 너머의 꿈

by 미스리

삼켰다


소피아가 탁구공만 한 장난감을 입에 쑥 넣더니, 그대로 삼켜버렸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하임리히법으로 배를 눌렀다. “우웩…” 소피아가 괴상한 소리를 내며 토해낸 것은 장난감 코끼리, 미니카, 볼펜, 컴퓨터 마우스, 축구공...그녀의 작은 입에서 터져 나온 이물질들 사이로 나는 숨을 멈췄다.


걷는다


소피아의 손을 단단히 붙잡고 숲길을 걷는다. 연분홍 꽃잎과 짙은 보랏빛 꽃잎이 바람에 흩날린다.
소피아는 꽃잎을 입에 넣기 시작하더니, 이내 내 손을 뿌리치고 숲 속으로 달려간다. 나는 “놓치면 안 돼… 놓치면 안 돼…” 되뇌며 그녀의 뒷모습을 쫓는다. 그 작은 등이 점점 멀어진다.


뛴다


캐빈이 교실 문을 넘어, 학교 정문을 넘어, 5차선 도로를 향해 달린다. 나는 슈퍼맨처럼 날아올라 캐빈의 어깨를 붙잡는다. 우리는 붕 뜬 채로 교실 창문을 넘어 되돌아온다.


없다


교실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오스카가 내 앞에서 씨익 웃는다. 오늘은 Back to School Night. 학부모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이 예정되어 있다. 정성껏 꾸며놓은 교실은 사라지고, 텅 빈 공간만 남았다. 그리고 그의 묘하게 무표정한 웃음. 그 순간, 내 마음도 그 빈 공간에 툭 떨어진 듯했다.




꿈이다


소피아의 PICA 증상 (섭식 장애의 한 유형으로, 소화할 수 없거나 영양소가 없는 물질을 먹는 행위), 소피아와 캐빈의 Elopement (도망) 행동, 오스카의 청소 강박증 (Obsessive-Compulsive Disorder-OCD). 그리고 그 외 학생들의 다양한 행동 양상들이 얽힌 끝나지 않는 미니시리즈. 꿈속에서도 추적은 멈추지 않고, 책임의 연속은 나를 “비하인드 더 클래스룸”에 계속 가둔다.



영웅이면 좋겠다

슈퍼맨이면 좋겠다.
하늘로 날아올라 도망가는 아이들을 단번에 구할 수 있도록.


배트맨이면 좋겠다.
강인한 힘과 민첩성으로 돌발 상황을 막아낼 수 있도록.


스파이더맨이면 좋겠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해 학교 벽을 기어올라 사건을 막도록.


아이언맨이면 좋겠다.
학생들이 물고 때려도 아프지 않게.


캡틴 아메리카면 좋겠다.
영웅적인 리더십으로 어려운 학부모 미팅을 이겨내도록.




하지만, 교사도 사람이다.
교실 밖에선 집안일, 자녀 라이드, 개인사로 가득한 평범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휴일에도 머릿속은 여전히 교실에 머무는 교사들은 비단 나 뿐 만이 아닐 것이다.





꿈 & 꿈

매일 반복되는 긴장과 돌발 상황 속에서도, 악몽 같은 꿈에서 만나는 아이들이지만, 그들은 나에게 여전히 “꿈”이다. 나는 그들의 “꿈 지킴이”이다.


어제는 삼켰고, 오늘은 달렸고,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그 현장에 다시 선다. 영웅은 아니어도, 누군가의 하루를 지켜내는 “교사”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무너지고, 때로는 눈물이 맺히지만,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조용히 이어간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영웅이 아니어도 괜찮아. 그저 오늘도, 내일도 그 자리에서 아이들을 만나자. 묵묵히 그들의 하루를 지켜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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