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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고래마케터 May 25. 2022

버티고 버티고 또 버티자

직장생활에 어려움이 찾아온 순간..내가 외우는 주문

회사 게시판에 특별퇴직에 대한 공지가 떴다. 

50살이 넘어가면서 나는 이미 특별퇴직 대상자다. 언제든 신청서만 내면 나는 바로 회사를 그만둘 수 있다. 회사를 그만두면 기본급 몇 십개월에 해당하는 위로금도 지급된다. 

나는 회사가 돈을 주고서라도 보내고 싶은 사람이 되어 있다. 


특별퇴직에 대한 글이 눈에 들어온 것은 요즘 회사일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영업부서에서 근무하는 나는 매달 영업실적으로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실적도 바닥이었는데 이번달 실적은 바닥을 뚫고 지하로 들어갈 기세다. 

실적이 없으면 자신감도 떨어지고 무엇보다 어느순간 월급값을 못하는 사람이 되어있다. 


어제 퇴근해 집에 있는데 단장이 전화를 했다. 

" 부장님... 뭐가 문제일까요?"

'문제를 알면 이미 해결하지 않았을까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수는 없었다. 실적이 없는 이유를

나름대로 정리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앞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자신도 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통화를 마무리했다. 이렇게 영업실적이 어려우면 여러가지 부작용이 따라온다. 


먼저 잠들기가 힘들다. 불면증 증상이 생긴다. 잠을 자도 중간에 깨는 일이 많아졌다. 아마도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일 것 같다. 


두번째 잠들기가 힘들어지면서 저녁에 술 한잔 하는 일이 많아졌다. 소주 한병, 청하 한병, 막걸리 한병 등 주종을 가리지 않고 저녁이 되면 술 생각이 나고 가족들의 따가운 눈총을 이겨내며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면 중간에 깨 화장실에 가고 다음날 아침 속이 안 좋아도 일단 쉽게 잠을 들 수 있어 자꾸 술을 찾게된다. 

 

세번째 짜증이 많아졌다. 다른때 같으면 그냥 넘어갈 일에도 화가 난다. 가족들에게 짜증을 부리기도 한다. 정말 바보같은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가 더 짜증난다. 


아마도 실적은 좋아질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런데 만약 계속 이런다면.... 최악의 경우가 온다면...

아마도 회사를 짤리지는 않겠지만 다른 부서로 이동하거나 지금 부서에서 영업일이 아닌 지원업무를 담당할 수 있다. 두가지 모두 내가 원하지 않는 결과다. 


그렇다면 특별퇴직을 신청해서 위로금을 받고 회사를 그만둬야 할까?

너무나 그러고 싶지만 너무다 당연히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큰 아이는 지금 대학을 다녀 등록금 지원을 받고 있고 둘째는 이제 고등학생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의 월급을 버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은퇴준비를 해놓거나 많은 돈을 모으지도 못했다. 

버텨야 한다. 


버텨야 한다. 어떤 일이 있든 버텨야 한다. 건강만 허락한다면 나는 어떤 스트레스를 감수하더라도 지금의 회사를 다니면서 버틸 것이다. 그리고 퇴사를 준비할 것이다. 아직은 준비가 너무 안되어 있다. 

이런 시기에 이런 어려움이 찾아온 것이 조금은 야속하기도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느순간 장애물이 가로 막을 수 있다. 나는 오늘도 주문처럼 되뇌인다.

버티고 버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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