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요즘 은퇴를 해서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만약 은퇴를 한다면 월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월급을 대체할 수 있는 월급 외 수익을 만드는 것에 열중하고 있다. 그런데 문득 은퇴를 하고 월급만큼 월급 외 수익이 들어온다면 과연 행복할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당장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너무 행복할 것 같은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걱정되는 부분들이 있다.
첫 번째는 아내와의 관계이다. 아내와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 주말이면 카페에 가서 같이 책도 보고 좋아하는 것도 비슷해서 둘이서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 그런데 은퇴를 해서 24시간 함께 있으면 어떨까?
아내는 길지는 않지만 아르바이트도 하고, 책모임도 많으며 종교생활도 하고 있다. 되도록이면 나를 배려해서 주말에는 개인적인 약속을 잡지는 않지만 평일에는 약속이 많고 바쁘다.
그런데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 있게 되면 아내의 평일 일상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내 식사를 걱정해야 하고 모임을 하나 가더라고 내가 회사에 있을 때보다 불편할 것이다.
내가 현명하게 잘 처신해야 하겠지만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은퇴 후 사람과의 관계이다. 만약 내가 회사를 그만두면 회사 사람들 중 어떤 사람과 꾸준히 연락을 하게 될까 생각해 보았다. 불과 5명도 안될 것 같다. 물론 경조사가 있거나 가끔 톡으로 안부를 묻는 정도는 여러 사람들과 하겠지만 꾸준히 얼굴을 보고 소통할만한 사람은 5명도 안될 것 같다.
오늘 내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보았다. 2025개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다. 이중 대다수는 업무적으로 연락을 하다가 이미 관계가 끊어진 사람들일 것이다.
은퇴를 하면 내 전화번호에 몇 명이 남게 될까? 회사와 관련된 사람들을 모두 제하고 나면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은퇴 후 월급 외 수익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는 사회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나에 대한 평가는 지금은 직장인으로서 평가하지만 은퇴를 하면 내가 개인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든 직장이 없는 사람으로서 평가될 것이다.
아직 신용대출을 갚고 있는데 만약 은퇴를 하면 신용대출이 연장이 안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직장인으로서 대출받기가 어렵지 않았지만 은퇴 후에는 대출도 어려울 수 있다.
사회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쩔 도리가 없다. 직장에서 월급을 받을 때 신용대출 금액을 최대한 갚고 앞으로 대출을 받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