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 내가 경험하고 깨달은 것
올 해는 운이 좋은 한 해 였던 것 같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실무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이번 회사는 마켓플레이스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팀 소속으로 실무 경험을 하게 되었다.
현재 입사 1주일차가 된 시점에서 업무를 진행하며 느낀 점들과 깨달은 점들을 정리하고 공유해보려고 한다.
사실 이번 상반기 스타트업에서의 인턴을 경험해보고 “다시는 스타트업에서 인턴 하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면 ‘프로덕트 기획’이라는 것은 결국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 프로덕트 매니저를 채용할 경우 경력직을 뽑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 일 것 이다. 사실 프로덕트 매니저를 목표로 하고 있는 주니어의 입장에서 가장 역량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곳은 이미 프로덕트가 어느정도 갖춰진 회사보다는 이제 갖춰가기 시작하는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일 것 이다.
스타트업의 장점은 유에서 무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고, 본인이 제시한 아이디어가 적극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을 생각했을 때, 아이디어 제시, 프로덕트 기획,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업,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곳은 스타트업이였다.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나의 역량을 마음 껏 발휘하고, 키울 수 있는 스타트업을 선택했고 입사까지 하게 되었다. 이번 회사의 규모는 20명 정도의 인원들이 함께하고 있었고, 마케팅/운영/프로덕트(기획, 디자인)/개발/비즈니스 부서가 명확하게 나뉘어져있었다. (아직은 입사 1주차이지만, 회사 분위기/직원/환경 모든 방면에서 큰 만족을 하고 있다)
“MSMMX님은 기획자가 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입사 첫 날, 프로덕트팀과 개발팀 분들과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구)프로덕트 매니저 (현) BE 개발자 분께서 나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하셨다.
나는 왜 ‘기획’이란 분야에 매력을 느꼈는지에 대한 배경을 설명드린 후, “막연하게 기획업무가 좋아서요” 라고 대답을 드렸다. 직후, 프로덕트 매니저경험이 있으셨던 개발자분께서는 기획은 정말 어려운 것이라고 나에게 말하였고, 여기서 많이 성장해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응원의 말씀을 해주셨다.
사실 실무 경험을 쌓아 나갈 수록 기획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체감하고있다. 항상 머리를 사용해야하고 논리와 사고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고, 모든 기획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왜 기획자가 되고 싶은지 다시 한번 내가 왜 기획자가 되고 싶은지 생각을 해보았다.
생각을 아무리 해도 내가 내린 결론은 나의 대답과 똑같았다. 정말 별 이유 없이 나는 그냥 기획이란 업무가 좋다. 여기에 내 손을 거쳐 만들어낸 프로덕트 출시를 경험하고, 이에 더해 좋은 성과까지 도출한다면 기획자로써 정말 큰 뿌듯함과 행복을 느낄 것 같다.
사실 나는 해외에 오래 거주하다 왔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내게 해당 나라의 언어와 관련 포지션을 찾아서 장점을 극대화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보았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을 해보면 내가 관심이 없는 업무를 억지로 하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최대한 경험을 많이 하며 하고 싶은 하는 것이 본인에게도 좋은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저희 회사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 하는 회사인지 한번 설명해주시겠어요?”
프로덕트 매니저 사수님이 나와 처음으로 1:1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위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처음엔 당황하였지만, 차근차근 내가 자사 서비스를 공부하고 이해한 관점에서 설명을 드렸다. 그 후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식으로 질문을 계속 주셨는데 나중에는 나 스스로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며 “아 이게 맞나..?”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돌며 큰 부담감이 들었다.
사수님은 나에게 부담을 안가져도 된다고 하셨지만, 이미 본인의 대답에 대한 확실함을 가지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며 괜히 자책감이 들기 시작했다. (앞에선 전혀 티 안냈지만..ㅎㅎ)
퇴근 길, 나는 왜 사수님이 이런 질문들을 하셨는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사실 회사의 일원으로써 자사는 무슨 회사인지 그리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갖추는 것은 정말 기본적인 사항이다.
하지만 나는 프로덕트 팀이 왜(why) 서비스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고, 일주일간 온보딩 + 팀 회의를 통해 깨달은 점들은 다음과 같다:
1. 프로덕트 기획자는 “서비스를 기획” 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말하는 ‘서비스’는 오로지 타깃설정, 화면/ 기능 설계, 스토리보드 작성, 정책 설립 등이 아니다.
기획자는 시장을 파악해야하고, 자사의 서비스 흐름을 잘 이해해야하고, 왜 이 기능들을 설계하였는지에 대한 기획의도를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타깃설정, 화면/기능 설계 등과 같은 작업을 진행하기 전 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춘 후 이를 프로덕트에 잘 녹여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 기획자가 아무리 고생해서 만들어도 ‘고객’에게 중요하지 않은 기능이라면 이는 실패한 기능이다.
이러한 기능은 회사의 매출과도 직접적인 영향이 있기 때문에 기획자는 비즈니스 측면과 프로덕트 측면 두가지 모두를 놓쳐선 안되며 이러한 측면들을 고민해보는 것이 바로 기획자의 업무이다.
화면에 기능 하나를 추가하더라도 ‘이유’와 ‘근거’가 타당하고 항상 뒷받침 되어야 하며, 기획자는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 이를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2. 기획자는 서비스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디자이너분과 업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00님 (← 사수 기획자님) 은 아마 대표님보다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을껄요? 00님이 기획한 결과물이 지금의 프로덕트잖아요!”
이 말을 들은 순간 정말 크게 나에게 다가왔던 워딩은 마지막 한마디였다. 기획자는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이고,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업을 거쳐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뼈대를 갖추고 구조를 설계해나가는 작업을 하는 것은 결국에는 기획자이고, 살을 붙이고 꾸미는 것은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하는 일이다. 기획자는 결국에는 해당 서비스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기획자는 서비스가 제공/운영되는 과정, 고객이 프로덕트 상에서 경험하는 과정, 상점들이 입점하는 과정, 상점이 고객과 접점되는 과정, (이커머스 특성상) 배송이 되는 과정, 구매/취소/반품/환불이 되는 과정 등을 모두 이해하고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입사 일주일이 된 시점 정말 많은 것들을 깨닫고 느끼는 중이다. 기획자로써의 역량이 어떤 것이 필요한지 그리고 다시 한번 기획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성장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어느정도 잡을 수 있었다.
아직 일주일 밖에 되지않았지만, 이렇게 많은 것들을 깨닫고 느낄 수 있음에 뿌듯하고 나의 업무에 대해 큰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더욱이 사수가 생겼다는 점이 큰 행운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회사 구성원들 모두가 각자의 업무에 대해 열정이 넘치고, 회사를 키워 나가겠다는 목표 의식이 뚜렷한 점이 나에게는 큰 인상을 남겨주었던 것 같다.
비록 인턴 기간은 짧지만, 그 기간동안 본인 역시 공통된 목표의식을 가지고 프로덕트를 만들어 시장과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어떻게 전달할지 함께 고민하여 최종적으로는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는 서비스를 만들어나가는 여정을 함께 할 예정이다. (매우매우 추상적이지만 열심히 배우고 성장하겠다는 나의 의지이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