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여행을 떠났다. 초등학생인 아이가 있는 딸네 가족과 우리 부부의 여행은 당연히 어린아이를 중심으로 계획되었다.
비행시간이 길지 않은 곳, 역사와 전통이 있고 유적이 많은 곳. 먹거리가 풍부한 곳, 경비가 많이 들지 않는 곳,
태국 북부에 있는 치앙마이는 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비행시간은 6시간, 비행시간이 지겨워지기 시작할 때쯤이면 도착하게 되는 적당한 시간이다.
출발할 때 입었던 두툼한 외투 차림새의 한국인 여행객들이 치앙마이 공항에 눈에 많이 띈다. 우리 가족은 모두 다섯 명, 이곳 공항에서 6인승 밴을 렌트했다.
새벽에 출발한 덕분에 오후 시간은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우리나라보다 2시간이 늦은 이곳 시각으로는 오후 한 시였다.
님만해민에 위치한 호텔에 캐리어를 맡기고 우선 배를 채우러 갔다. 내가 제일 먼저 배운 태국어는''야 싸이 팍치''라는 말이었다. 음식을 주문할 때 사용할 말로''고수 넣지 마세요''라는 말이다.
고수는 태국 음식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향채소다. 고수를 좋아해서 그 맛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고수를 뺀 태국 음식은 모두 나의 입맛에 너무나도 잘 맞았다.
메뉴를 주문한 뒤에 잊지 않고 외친''야 싸이 팍치''
덕이다.
그런데 태국어를 전공한 브런치 작가님이 쓴 글을 읽고 내가 한 말이 정확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문장의 뒤에 카~~ 라는 단어가 빠지면 명령어가 된다고 한다. 정중하게 부탁하는 말은 정확하게''야 싸이 팍치 카''라고 해야 한다.
아~~ 순진하고 착한 이곳 음식점의 종업원에게 반말을 지껄이다니...,
여성은 카를, 남성은 캡이라는 단어를 붙인다는 걸 알았다.
감사합니다 나의 브런치 친구...,
그런데 여행이 끝날 무렵 나는 어느 순간 ''야 싸이 팍치 카''가 아닌'노 팍치''라고 외치고 있었다.
''노 팍치''
여행블로거에서 한국인이 많이 찾는 생선 구이집을 보고 찾아갔을 때, 그곳의 여 종업원은 나의 정중한 ''야 싸이 팍치 카''에 ''노 팍치?''라고 되물었다.
''노 팍치''는 무척 경제적인 언어였다. 짧고 외우기 쉽고 잘 통하는 영어와 태국어의 합성어,
우리나라에 처음 온 외국인들이 반말로 한국어를 하는 걸 보며 누가 저따위로 말을 가르쳤을까? 생각했는데 태국에서 일주일 여행하는 동안 나는 저따위 말로 매일 고수를 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태국 음식은 너무 맛있고 너무 예술적이고 그리고 너무나 값이 싸다.
노란 망고주스와 고소한 코코넛 주스..., 길거리에서 사 먹은 달콤한 로띠. 쫄깃한 찹쌀밥 위에 망고를 썰어 넣어 만든 망고 스티키 라이스 따끈한 육수의 블루 누들. 연남동 카페에서 한 시간을 줄을 서야 먹을 수 있었던 팟타이의 오리지널 버전, 아삭한 그린 파파야 샐러드 쏨땀은 추가로 사 먹을 정도로 상큼하였다.
걸쭉한 닭고기 육수에 카레를 넣어 만든 요리 카오소이와 태국의 대표 요리인 똠 양 꿍은 젊은이들의 입맛에 잘 맞는 듯 딸과 사위가 그릇을 비웠다.
배부르게 먹고 유쾌하게 카드를 내밀 수 있는 곳,
''야 싸이 팍치 카''만 외친다면 치앙마이에서는 다이어트를 잠시 미뤄두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