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는 하루 종일 반짝거린다.
태양이 사원들의 금빛 탑을 비추는 낮동안의 빛이 해가지고 밤이 되면 나이트 바자의 백열등 불빛으로 바뀌어 핑강을 따라 끝도 없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여행 중에 밤마실을 할 수 있는 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더구나 이곳 치앙마이에서 토요일과 일요일 밤을 보낼 수 있었다면 운이 좋은 편이다. 토요일 밤과 일요일 밤에만 서는 나이트 바자는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이곳에 온 첫날. 평일인데도 테스코 앞 광장에서 야시장이 서고 있었다. 먹거리와 생필품. 의류. 채소를 파는 노점상들이 좌판을 벌이고 장날처럼 사람들은 흥청거렸다.
푸드트럭이 즐비한 곳에는 숯불 연기가 자욱하고 생선구이 냄새와 돼지 산적 구이 냄새, 각종 꼬치구이 냄새가 후각을 무차별 공격하였다. 숯불에 구운 돼지 산적 꼬치구이 냄새를 맡자 갑자기 공복을 느꼈다. 맞다, 그 옛날 연탄불 위에서 구워주던 어머니의 손맛을 이곳에서 만났다. 불맛이 밴 산적 구이를 사서 아이처럼 양손에 들고 먹으며 알코올 대신 밍밍 달콤한 코코넛 주스로 입가심을 하였다.
야시장의 스트리트 푸드
지금 이 광장의 시장도 결코 작은 편은 아닌데 토요일과 일요일에 서는 야시장은 이곳의 열 배의 크기라고 한다.
토요일 저녁,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야시장 구경에 나섰다. 토요야시장은 올드 시티의 바깥쪽,
타 패 게이드 문을 나서서 핑강을 따라 죽 늘어선 길을 따라 끝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같은 시간에 약속이나 한 듯 이곳으로 몰려온 사람들은 서로 떠밀려 시냇물처럼 끝도 없이 흘러가고 있다.
넓은 신작로 양편으로 빼곡히 들어선 노점상들이 펼쳐놓은 상품들은 가지각색이다. 수공예품과 목공예품 화려한 색상의 그릇과 나염을 한 옷감들, 도대체 이 많은 물건들은 다 어디에서 온 것들인가,
그뿐만이 아니다. 문을 활짝 열고 연주를 하는 재즈 바에서는 조명이 달린 실링팬이 천천히 돌아가는 허름한 무대 위에서 중년의 여성 싱어가 중저음의 매혹적인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갖가지 음식과 공예품들이 뒤섞여 잔칫집 같은 시장 안에서 부르는 느린 템포의 재즈가
활기찬 야시장을 진정시켜 주는 것 같았다.
아무리 걸어도 시장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거리의 악사들
일요일의 야시장은 토요일과는 조금 달랐다. 올드시티의 제일 번화가인 왓 플라싱 사원 앞 큰 길가에서부터 타 페 게이트까지 이어지는 중앙의 큰 길이 전부 나이트 바자의 장터가 되었고 무엇보다도 상품의 품질이 좋아 보인다. 토요야시장에서는 보지 못했던 장인의 솜씨가 풍기는 상품들이 많다. 스트리트 푸드도 깔끔하다. 이곳도 사람의 물결에 떠밀려 다니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다른 게 있다면 지갑을 자주 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를 나만 느끼는 건 아닌 것 같다. 함께 쇼핑을 나선 가족들도 일요 야시장에서 선물을 고르느라 신이 났다.
야시장의 화려한 공예품들
이곳의 나이트 바자는 현지인의 삶이 묻어나는 시장과 달리 상인들 자체가 관광상품과도 같았다.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만든 상품들 중에는 예술작품에 버금가는 물건들이 많았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장인들이 작품을 전시하고 매매하는 공간, 그들만의 갤러리라고 해도 무리가 아닌 듯 하다 .
밀림에서 주로 많이 볼 수 있는 원숭이와 코끼리 고양이 등 동물의 목각 인형이 살아있는 듯 섬세하고 자전거를 타고 있는 인형이 스스로 전기를 발전시켜서 다른 인형들을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손재주가 많은 사람들이다.
천으로 만든 다양한 꽃 모양 머리핀이 우리 돈 800원밖에 안 하다니..., 저렇게 예쁜 핀을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의 열 배를 받아도 불티나게 팔릴 것 같다. 함께 간 손녀는 자기 반 친구들에게 줄 거라며 제 용돈을 털고 있다.
오늘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누군가에게 줄 선물로 망고 향이 진한 비누를 몇 개 샀다. 덥석 깨물어 먹고 싶을 만큼 모양과 향이 실제와 똑같은 망고 비누는 알고 보니 우리나라의 한 청년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라고 한다.
내가 손 끝에서 꽃을 피워내는 머리핀 아가씨를 우리나라로 데려가고 싶은 것처럼 어떤 한국인은 이곳에서 망고 비누에 향기를 넣는 생각을 했구나,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게 우리나라에도 있다면...,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대부분 생각으로 그칠 뿐 그 자리를 뜨면 그만이다. 상상을 현실로 이뤄낸 대단한 사업가 청년이다.
이곳 치앙마이에서 한 달을 넘게 머물든 단 일주일을 머물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건
아침이면 금빛 사원의 뾰족한 탑에서 반사되는 오묘한 햇살과 주황색 가사를 걸친 맨발의 동자스님의 천진스러운 미소에서 신비함을 느끼고 오토바이와 툭툭과 썽태우로 가득 찬 비좁은 길에서도 여유를 느끼며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한 야시장에서 이상하리만큼 한가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신비로움과,여유 그리고 한가함의 원류는 아마 천성인 듯, 늘 웃고 있는 이곳 사람들의 미소때문일지도 모른다.
가끔 내 나라에서 못 누려볼 호사를 누리기 위해 이곳으로 오는 여행자들이 있다고 한다. 나는 정신없이 지나가는 삶에 속도를 맞추지 못하고 덜컹거릴 때면 이곳에 다시 오고 싶어질 것 같다.
언제 적 꽃무늬 법랑 그릇이었는데 이곳에서는 너무나 잘 어울린다. 촌스러움이 매력 있는 도시 치앙마이, 아직 가보지 않은 도시들도 많은데 이곳 치앙마이는 다시 와서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다.
한번 사로잡히면 해마다 오게 된다는 치앙마이의 마력에 나도 빠져버린 듯 하다.
TIP : 치앙마이는 수돗물에서 쇳물이 많이 나옵니다.(특급호텔도 예외는 아님)
물을 정수할 수 있는 샤워필터를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단 하루 사용한 필터가 저렇게 변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