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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Oct 26. 2020

어떤 꿈을 원하십니까

자면서 늘 꿈을 꾼다. 오늘 새벽에는  몹시 화가 나는 꿈을 꾸었다. 그것도 시리즈로 연거푸..,


(꿈 내용 1)

어린아이를 데리고 시댁에 갔다. 무슨 잔치인지 제사인지 손님을 많이 치렀다. 뒷정리를 다하고 집에 가려고 나와보니 남편의 차가 없다. 남편이 친척들을 싣고 먼저 집으로 갔다고  한다.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하려 해도 남편의 폰번호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극도로 화가 치밀어 오르다가 잠에서 깼다.


(꿈 내용 2)

첫 손님으로 병원에 갔다. 도대체 내 순서가 언제인지 점심시간이 지나도 의사는 코빼기도 볼 수가 없다. 장문의 글을 써서 간호원에게 주었다.

그래도 의사는 나타나지 않는다.

나중에야 발을 다쳐 지팡이를 짚고 나오는 여의사를

만났다. 그런데 그 의사 말이 가관이다. 다음에는 오늘 다른 환자를 먼저 봐준 것처럼 나를 먼저 봐주겠다고 한다. 그 말에 어이가 없어서 씩씩 거리다가 잠에서 깼다.


두 개의 꿈은 오늘 새벽에 꾼 니버스 형식의 꿈이다. 꿈에서 깨어 다시 잠들었는데 내용은 다르지만 주제가 같은 꿈을 다시 꾼 것이다.


꿈을 소재로 한 영화 '인셉션'에서는 현실에서의 10초가 꿈속에서는 3분이라고 말했. 아무리 현실에서는 잠깐이라 해도 화를 유발하는 엉뚱한 꿈은 이유 없이 벌을 받은 것처럼 속상한 일이었다.


편에게 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다가 괜히 꿈속에서 먼저 사라진 남편 생각이 났다. 뭐야  엄한 남편에게 화가 나려고 한다. 안돼. 그건 꿈이었잖아

''개꿈을 꾸었군, ''

 남편이 한 마디로 정의한다.


인터넷에서 내가 꾼 꿈의 해몽을 찾아보았더니 스트레스를 받거나 내면에 어떤 갈등이 있을 꾸는 꿈이라고 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꿈의 예지력을 믿지 않는다.

꿈은 시공간을 초월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나의 꿈을 콘트럴 한다는 것이다.

꿈속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고 지시, 감독, 연출자 역시 나이기 때문에 꿈은 자기 암시이며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꾸는 모노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만약 오늘 새벽에 꾼 꿈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긴다면 어땠을까,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내가 이미 꿈으로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화가 음직한 일이 현실에서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어느덧 노견이 되어버린 우리 집 반려견은 가족 중에서도 나를 가장 따른다. 요즘에는 분리 불안증이 생겼는지 내가 잠시 곁을 비우면 아기처럼 낑낑댄다. 밤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올여름은 아예 안방 침대가 아닌 거실 소파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잠자리가 편치 못해서 인지 자고 일어나도 몸이 찌뿌둥했다. 오십견으로 아픈 팔의 통증이 더 심해졌다.

물리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았다.

평소에 다니던 동네 외과로 갔다. 점심시간이 끝나기 십분 전에 도착하여 진료대기 기록장에 이름을 적고 기다렸다. 내 앞에 이미 앞서 온 사람 이름이 적혀있었다.


물리치료실이 아닌 진찰실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너무 오랜만에 치료를 받으러 왔기 때문에 의사의 진찰 후에 물리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전에 찍어둔 사진을 보고 좀 더 심해진 것 같다며 약물 치료와 병행하자고 했다.


진료를 마치고 대기실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물리 치료실에서는 내 이름을 호명하지 않았다. 기다리는 중에 내 뒤에 온 사람들나보다 먼저 불려져 치료실로 들어갔다.

오늘 새벽에 꾼 꿈이 그대로 들어맞는 상황이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내가 나비인지 나비인 내가 장주인지..., 감히 장자의 꿈까지 비교하다니) 이까짓 게 뭐 그리 대단한 사건이라고 미리 까지 해주시나....


참고 기다리면 꿈에서 처럼 마냥 기다리게 될 것 같았다.

간호사에게 내 이름이 적혀있는 건 맞는지 확인했다. 그때서야 맨 아랫칸에 내 이름이 떴다.

오늘 새벽에 꿈으로 미리 시물레이션을 하지 않았더라면 영락없이 나는 꿈처럼 화가 났을 것이다.


남들처럼 로또 번호라도 알려주는 대박 나는 꿈이라면 모를까 겨우 병원의 줄 서기를 암시하는 꿈을 꿀 게 뭐람...,


하지만 꿈속에서와 비슷한 상황이 맞아떨어지는 건 참 신기했다.


문득 오늘 일을 생각하다가 한 가지가 떠올랐다

인생에서 뭔가 결정을 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미리 꿈속에서 그 일의 뒷 일을 경험해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일은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하물며 경험자의 의견도 부정을 한다. 오늘처 어떤 상황에 대비해서 미리 꿈속에서 험을 해본다면 실수를 범하는 일이 없을 것 같다.


요즘 인터넷으로 못 하는 게 없다. 젊은 남녀의 인상을 조합해서 자신들을 닮은 2세의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는 것처럼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어떤 일의 미래를 미리 경험해 본다면 이 세상에 실패라는 단어는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공상과학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누군가 인생체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든다면 내가 제일 먼저 고객이 되고 싶다.

이를테면 잠자기 전 침대 머리맡에 있는 메모리에 내가 꾸고 싶은 꿈을  예약하는 것이다.


 '어서 오세요 오늘 밤은 어떤 꿈을 원하십니까?'


다양한 매뉴얼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꿈에 예약을 누르고 잠이 들면 된다.




(이미지 출처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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