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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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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Jan 01. 2021

브런치 작가님들, 나의 독자님들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어쨌든 송년의 밤이다. 예년 같으면 송년미사를 드리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 축복 인사를 나누며 집으로 돌아올 시간이다.


송년이면 빠지지 않는 '사다난'이라는 말도 올해는 할 수가 없다. 코로나로 인해 집안에만 콕 박혀 지낸 한 해가 다사다난할 리 없기 때문이다.

생활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불안도 희망도 도표처럼 오르락내리락할 뿐, 그날이 그날이고 매일이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한 해였다


그래도 브런치라는 통로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백 여편의 글을 발행했다. 대략 일주일에 두 편정도를 썼다. 글을 쓰기에는 오히려  바깥활동을 모두 접고 집콕을 하고 있는 지금이 좋았던 것 같다.


더구나 칭찬해 주면 더욱 잘하려고 노력하는 내 기질을 알았던지 브런치에서는 가끔 다음 메인에 작품을 실어주기도 하고 카카오  메인에 일주일간 글을 실어주는 영광의 자리도 마련해 주었다. 덕분에 인기는 부러움과 질책을 동반한다는 경험도 했으며 그래서 언제나 변함없이 따뜻하기만 한 브런치 작가님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상상임신이라는 말은 들어 보셨겠지만 상상 친구라는 말은 생소하지요? 브런치 작가님들 나의 상상 속의 친구입니다.


브런치에 실린 글을 읽으면서 나는 친구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정을 느꼈다. 쌍방 교류가 아닌 일방적인 친분 쌓기지만 글을 통한 만남은 그 무엇보다도 진솔해서 서로 마주 보지만 않았을 뿐.

누구는 매일, 또 누구는 간간히 만나서 문우의 정을 나누었다.


한동안 글이 뜸하면 혹시 아픈 건 아닐까 걱정이 되고 몸이 아픈 가족의 병간호를 하는 작가님께는 힘내라며 파이팅을 외쳐주었으며 타국에서 코로나로 고립되어 아이들조차 볼  없는 외로운 성탄을 맞이한다는 작가님에게는 함께 외로움을 달래 보자며 공감을 표현한다.

글로벌 시대에 맞게 멀리 프랑스에도 캐나다에도 미국과 호주에도 내가 가보지 않은 쿠바에도 글 친구가 산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에도 나의 친구들이 살고 있다.


여든 살이 넘은 친구도 있고 내 아이들보다 젊은 친구도 있다.

성별이 달라도 세대가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은 모두 한결같이 글이라는 동아줄을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브런치에 매일 올라오는 신선하고 갓 지은 글을 읽으며 상상을 한다. 글 속에는 작가의 취향이 들어 있고 그들만의 세계관이 있기에 글만으로도 그 사람의 모습을 어렴풋이 짐작한다.

작가가 쓴 글을 읽으며 그들의 주변을 알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오늘은 어떤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지 주변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안다.  글로써 소통을 하면 안 봐도 본 것처럼 상상이 된다.


만약에 우연히라도 어떤 작가님과  만나게 되어 나의  상상이 엉뚱하게  빗나간 걸 알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런다 해도 실망은 하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 지난 한 해 나에게 보람을 안겨준 나의 독자들을 지나칠 수 없다. '연희동 김 작가'가 누군지도 모르지만 글만 보고 나를 찾아와 독자들,

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어쩌면 나와 비슷한 생각과 비슷한 취향을 가졌을 것이다. 그래서  나의 구독자들도 어쩌면 나와 마음이 닮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독자님들,

기분 나빠하지 마시라고요  저도 자세히 살펴보면 예쁜 구석이 있답니다.


지난 동짓날 밤에 나는 제8차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에 당선된 작품들을 느라 밤을 하얗게 새웠다. 읽는다기보다 분석에 가까웠다. 요즘에는 어떤 글이 읽히나? 어떤 맥락으로 글을 써야 출판기획자의 눈에 띌까? 등...,

내가 거기에 들지 못한 고사하고라도 내가 알고 있는 수준 높은 작가님들의 브런치 북이 당선되지 못한 건 의외였다.

백날 쓰면 뭣하나? 라는 생각이 스칠 때쯤 때맞춰 브런치 알람이 울렸다.


'구독자 수가 900명을 돌파했습니다'


처음 남편 한 명으로 시작한 브런치 독자가 그 사이  900명의 독자로 늘었으니 프로젝트쯤 낙방했다고 서운해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좋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주고 라이킷을 누르고, 한 명, 한 명, 구독자가 되어 주는 지금이 좋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지금보다 많다고 해도 나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저 지금처럼 꾸준히 글을 쓰겠다.


나의 소중한 독자님들을 위해서 내년에도 건강한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글을 쓰겠다고  다짐하는 이 시간, 제야의 종소리도 없는 2020년이 과거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지금 시각 2021년 0시, 새로운 해의 첫날이 펼쳐졌다.

브런치 작가님들과 나의 독자님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는 번째 사람이 되고 싶어 인공위성을 쏘듯 초를 세어 가며 이 글을 날린다


''브런치 작가님들과 저의 구독자님들,  새해에는 원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모두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동 김 작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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