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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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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Jan 04. 2021

우리의 이야기가 가는 길

새해 첫 선물을 받았습니다.  얼마 전에 건강과 운동을 주제로 인터뷰를 한 저희 가족의 이야기 실린 매거진이 오늘 도착했답니다,


책이 예뻐서 구입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내용보다 외장이라니.. 겉모습만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될 외모지상주의가 금지구역에 침범한 것 같아서 달갑지 않았던 적이 있었지만 세련된 칼라로 깔끔하게 디자인한 잡지의 표지를 보는 순간 한껏 분이 유쾌해졌습니다.


책을 펴서 우리의 글이 실린 페이지를 확인하고 책장을 넘기는데 설레기 시작하더군요.

실명이 아닌 브런치 필명으로 대중들이 보는 잡지에  우리 이야기가 실리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 연희동 김 작가 가족의  Axiom for Each Other'(서로를 위하는  당연한 생각들)이라는 제목과  '자전거를 사 주는 멋진 아들'이라는 부제를 단 글이 감성 잡지로 불리는 '어라운드' 매거진에 8쪽이나 되는 분량의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매거진 AROUND에 실린 글  


 

하...,  사연은 이렇습니다.

얼마 전에 아들에게 선물 받은 전기 자전거 이야기를 브런치에 올렸습니다.

'우리 인생 이제는 페달을 돌리지 않아도 된다'라는 제목의 글이었습니다. 글을 올리자마자 조회수가 상향되는 이변을 보이더니 급기야  잡지사의 에디터님이라는 분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매달마다 공동의 주제로 여러 개의 콘텐츠를 담은 글을 싣고 있는데 새해 첫 달에 발행하는 매거진의 주제는 MOVE YOUR BODY (나를 위한 움직임)이었습니다.

자전거  라이딩으로 건강을 지키는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매거진의 주제와 어울렸던가 봅니다.


더구나 요즘 들어 자전거 인구급증하면서 이제는 자전거가 교통의 수단뿐 아니라 건강을 위한 운동과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것도 도움이 된 듯합니다.

알고 보니 에디트님은 브런치에서 내 글을 애독하고 있는 구독자였습니다. 브런치가 참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자전거를 타는 부부의 이야기( 글 마무리에 결혼 50주년에는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꿈꾼다는 조금은 맹랑한 소망을 적은 글) 이렇게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글 속에 출연한 우리 가족(남편과 아들 그리고 나)  함께 모여서 인터뷰하원하기에 아들과 남편 모두에게 동의를 얻었답니다.

사진작가와 함께 우리 집을 직접 방문을 한 에디터는 우리의 대화 내용을 녹음하면서 질문보다는 주로 우리의 이야기를 듣는 쪽이었습니다.


아~그러셨군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고개를 끄덕이며 어찌나 우리의 이야기에 추임새를 잘 넣어 주든지  묻지 않은 말에도 대답을 하는 약간 투 머치스런 인터뷰를 하였더랍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 에디터 옆에서 사진작가님의 카메라는 쉴 새 없이 칵 거리더군요.


나는 신비주의자는 아닙니다만 필명으로 글을 쓰는 내 모습이 잡지에 드러나는 게 조금은 망설여졌습니다.

''예쁘게 찍어 주세요''라는 말속에는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지요, 눈가의 잔 주름과 화장기 없는 얼굴을 가리지 않고 그대로 카메라 앞에 선 것은  발달된 카메라의 성형술을 믿었기 때문이었죠


역시 전문가는 다릅디다. 매거진을 받자마자 펼쳐 본 페이지에 실린 우리 가족의 사진은 성형술이 필요 없는 먼 거리에서 찍은 스냅사진이었습니다. '인물은 거리의 제곱에 비례한다'며 어려운 과학의 개념을 위트 있게 표현해 주셨던 고등학교 시절의 물리선생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가깝게 찍은 인물 위주가 아닌 분위기 위주로 멀리서 찍은 스냅사진은 다행히도 인터뷰의 주제에 맞게 건강하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의 사진이었습니다.


누군가 '연희동 김 작가'를 아시는 분이 매거진을 통해 우리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는군요 이 잡지는 주로 젊은 층을 독자로 포진하고 있다고 하네요. 사실 제 또래들은 '브런치 작가'라고 하면 음식을 평가하거나 요즘 유행하는 먹방처럼 음식에 관한 글을 쓰는 작가인 줄로 알고 있거든요 (실제로 제가 아는 분 중에 한 명은  저에게 브런치 카페 중에 유명한 곳을 소개해 달라고  적도 있었습니다)

브런치가 내게 기회를 주었듯이 적게나마 세대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브런치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나도 브런치에 한끗 보답을 한 느낌이 들기도 한답니다.


아들의 선물이 이렇게 일을 낼 줄 몰랐습니다

인터넷을 뒤지다가 가격 할인을 하는 전기 자전거가 눈에 띄어 샀다고 하는 아들의 말이 오다가 주웠다며 무심하게 던져주는 선물 같아서 좋았는데 이렇게까지 이어지게 될 줄 몰랐답니다.


정초부터 제 자랑을 너무 했나요? 그래서 이곳 브런치 외에는 입 꾹 다물고 있답니다. 사실은 저를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저의 브런치 구독자거든요, 아마 이 글도 조만간 모두 읽게 될 것입니다만....


혹시 어느 외진 곳에 있는 방이나 조용한 카페의 책꽂이에서 잡지에 실린 저를 보시거든 아는 척해 주세요,

이제 젊은 척 예쁜 척은 못하게 되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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