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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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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Feb 18. 2021

자세히 봐야 보이는 것들

                   눈 날 아침


새집 안에 넣어 둔 모형 새의 머리에 살짝 얹힌 하얀 눈.

아이가 가지고 놀다 남겨놓고 간 클레이가 굳기 전에 작은 새 한 마리를 만들어서  비어있는 새집 안에 넣어 두었었다.

오늘 아침 일어나 보니 눈이 하얗게 내렸다. 그때 내 눈에 띈 새집 속의 새.

머리에 화관처럼 흰 눈이 얹혀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보면 내 입김으로 눈이 녹아버릴 것 같아서 멀리 서서 바라보았다.

예쁘다...,

막 성인식을 끝낸 작은 새 한 마리가 새 생명을 얻은 것 같다.

내가 만들고 자연이 완성한 위대한 작품이다,



                                                              사랑의 온도

아직은 이르다,

봄이 되려면 한참 멀었는데 뜰안의 튤립이 벌써 싹을 틔었다. 눈이 내린다. 튤립의 어린 싹이 추위에 얼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내 걱정과 달리 새싹은 너무나 포근하게 눈을 덮고 있다.

언제나 36.5도를 유지하는 사람의 체온은 눈이 차갑게 느껴지지만 꽁꽁 언 땅에서 솟아오른 새싹은 영하의 눈이 따뜻하게 여겨질 만큼 몸이 차가웠던가 보다.

보다 더  차가운 곳에서 싹을 내민 새싹,

한송이 꽃을 피워 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것 같다.

 


                                                      너의 변신은 무죄


산책길에 거미를 보았다. 아주 작은놈이 적에게 크게 보이려고 했던지 거미줄로 제법 긴 다리처럼 장을 하고 있다.

아이고 무서워라, 귀여운 위장술에 속아 주는 척해야겠다.

저 거미는 곤충을 유인하려는 게 아니라 저를 보고 놀래어  도망가게 하려는 것 아닐까?


언젠가 동물의 왕국에서 본 적이 있다. 자연 속의 모든 수컷들은 자신을 강하고 화려하게 보여서 사랑을 쟁취한다고...,

그러고 보니 거미의 변신은 먹이사냥이 아닌 사랑을 위한 몸부림일 수도 있겠구나, 멋진녀석...,



                                                             건망증


누가 달팽이를 보고 느리다고 했을까? 잠깐 사이

데크를 가로질러 잘도 기어가는 달팽이,


요놈의 건망증은 바쁘게 집을 나설 때 가장 심하다.

핸드폰을 집에 두고 와서, 지갑을 놓고 와서, 자동차 키를 가져오지 않아서.., 외출 한번 하려면  몇 번씩 집을 들락거리는 나는 달팽이가 부럽다.

집을 통째로 짊어지고 다니는 너는 깜빡 잊어버린 들 상관없겠지?



                                                            솟대



 며칠  전부터  집 앞 전봇대 위에 산비둘기 부부가 날아와 앉아있다. 신접살이를 차릴 보금자리를 물색하는 중일까? 아님 새끼를 낳을 둥지를 살피려는 지도 모른다.

전에 동네 어귀에는 솟대가 있었다. 마을의 풍요를 빌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세웠던 신성한 표적이다

전봇대 위에 앉아있는 비둘기의 모습이 마치 솟대처럼 보였다.

군가의 소원을 하늘에 전하고 하늘의 응답을 전해주는 솟대. 내 집 앞에 세워진 솟대를 보며 소원을 빌어 본다.

이제 그만 코로나가 사라지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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