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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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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Jul 15. 2021

매미가 사라졌어요

미운 아기오리

7월 하고도 중순, 예전 같으면 그악스럽게 울어대는 매미들의 울음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창문을 닫아 두어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올여름에는 우리 동네에 매미의 울음소리들리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매미소리가 사라진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보 올여름에는 왜 매미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까?''


그제야  남편도 매미가 사라진 걸 알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매미는 사라진 게 아니라 우리 동네를 떠난 것이다.

인간이 초 자연적인 소리를 듣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자연적인 소리가 사라졌을 때 밀려드는 공허함과 약간의 두려움은 느낄 수 있다. 더구나 지금은 누구도 예측한 적이 없는 바이러스의 공포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코로나 거리두기 4단계가 발령된 첫날, 집에서 가까운 상암동 노을공원으로 라이딩을 나갔다. 오후 6시가 지난 후라서 공원은 텅 비어있고 짙은 녹음 속에 매미소리만이 고요를 흔들고 있었다. 얼마나 건강하게 울어대는지 공원에서 간간히 방송을 통해 알려주는 스피커 소리가 묻혀 들리지 않을 만큼 그 소리가 우렁찼다.

아직은 멀리 떠나지 않았다고 전해주는 것 같아 그 울음소리가 반가웠다.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은 모든 생물들도 잘 자란다. 곤충도 물론이다. 여름이면 모기장에 매미 한 두 마리는 꼭 걸려 투망에 걸린 물고기처럼 파닥대던 모습을 보곤 하였다. 성충이 되어 탈피하고 떨어진 매미의 허물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비가 오면 거짓말처럼 조용했다가 비가 그칠 즈음이면 제일 먼저 소리를 질러 울어대던 녀석들이었다. 가로등이 켜진 우리 집 골목에 사는 매미는 한밤중에도 울어대는 통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


어느 해인가는 일요일 성당의 미사 시간에 여름 들어 첫 매미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나는 태어나서 첫울음을 우는 매미의 울음소리를 듣노라 신부님의 강론 말씀을 놓치기도 했다. 지금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여름이면 당연히 찾아와서 울어대던 매미 소리사라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매미가 사라진 것은 자연이 보내는 어떤 신호인지 아니면 다가올 변화의 암시 인지도 모른다. 무엇이 그들을 이곳에서 살지 못하고 떠나게 한 것일까?


서울에 살면서 그 흔한 제비를 보지 못한 게 꽤 오래되었다. 멋진 연미복을 입고 땅바닥을 스치듯 날아다니던 제비가 사라지고 난 뒤, 지금은 어렸을 적에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까마귀들이 전선줄에 앉아 있다. 조롱 속에서나 키울법한 깃털이 화려한 새들도 자주 눈에 띈다.  

하나의 개체가 사라지면 다른 종류의 생물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매미가 사라지면 그 자리를 어떤 곤충이 차지하게 될까?


너무 앞서 간 생각인지 모르지만 오래전 모로코 여행 중에  봤던 나무 한 그루가 생각난다. 나뭇가지에 온통 달팽이들로 뒤덮여 있는 걸 보았다. 소름이 끼치는 광경이었다. 현지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는 그 모습이 더 이상했다. 움직일 수 없는 고통스러운 나무의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만약 올여름 매미를 사라지게 한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것이 생태계를 바꾸는 어떤 힘을 가졌다면,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바라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10여 년 전 모로코에서 찍어 둔 사진을 용케 찾아냈다


뜨거운 여름 한낮, 매미의 울음소리는 더위를 물리치는 시원한 청각적 기능이 있다. 바람소리와 폭포 소리처럼 우렁찬 자연의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매미가 울지 않는 지금. 한낮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져 온다. 그래서 더욱 그립다.


매미는 꽤 오랜 시간을 땅속에서 애벌레로 지낸다고 한다. 그리고 소리를 내어 울 수 있는 매미는 숫 매미뿐이라고도 한다. 작년까지도 우리 동네에서는 고막이 터져라 매미들이 울어재꼈다. 그러던 것이 올여름 거짓말처럼 사라진 것에 대해 그저 이상 현상으로 묻어 두기에는 너무나 신기하다. 땅 속의 애벌레까지 사라졌다는 말인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나는 이 글을 써 놓고도 며칠을 기다렸다. 혹시 뒤늦게라도 매미들이 돌아와서 울어재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랬다면 기쁜 마음으로 내 글의 삭제를 눌렀을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그 흔한 여름의 매미소리가 사라진 것에 대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염려를 하고 있을까? 서울에 사는 다른 동네의 매미들은 여전히 안녕한 것일까? 우리가 마스크를 쓰고 일상생활을 해야 될줄 몰랐던 것처럼 여름이면 당연히 울던 매미소리를 그리워하게 될 줄 몰랐다.


매미야 너는 미운 아기오리가 아니란다, 제발 돌아와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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