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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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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Oct 08. 2021

사람들은 왜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는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혼동하지 말자". 연기에 도취해 있는 여배우의 코 앞에 바싹 들이댄 카메라 앵글을 본 어느 날부터 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프레임 밖을 상상하게 되었다.


나에게도 있었던 일, 살면서 생길 수도 있는 일, 언젠가는 누구에게나 한 번쯤 닥칠지도 모르는 이야기에서 사람들은 공감하고 감동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상상과 공상을 넘어선 스토리가 만들어졌고 놀라운 것은 그런 상상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세상을 뒤덮기 전까지 나는 좀비가 출현하는 영화를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하는 호러영화 정도로 생각했다. 좀비는 사람을 무차별 공격하고 좀비에게 공격을 당한 사람들은 좀비가 되어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좀비로 만든다. 이 처절한 싸움이 코로나 시대 우리 생활에 그대로 나타났으며 하루하루 숨죽이며 살고 있는 드라마 같은 세상이 되었다.


상상 속 허구의 세상이 현실이 된다는 건 무서운 일이다. 무서운 일은 그만 생겼으면 좋겠는데

 남이 상상하지 못할 콘텐츠로 드라마를 만든 사람들이 또 일을 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만든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 뭔데 세상이 그토록 좋아하는지   가지 의문에 홀려서 하루의 시간을 꼴딱 넷플릭스에 바쳤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줄거리의 단순함에 놀랐고 어린 시절  즐겼던 우리 모두의 순수한 놀이를 죽음의 게임으로 활용했다는 게 꺼림칙하면서도 놀라웠다


누가 최후에 남는 자가 되는가에는 별 의미가 없다. 주인공이 중간에서 사라지는 영화는 아직 한국영화에서는 본 적이 없으니까,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소름이 끼친 것은 의미 없는 죽음보다 삶을 더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소설이나 드라마가 사회의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면 이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어떤 면을 투영하고 있을까?

죽을 만큼 노력하면  살아진다고 했다. 드라마에는 상금에 현혹되어 게임에 목숨을 건 사람들의 모습만 보일 뿐. 다만 게임에 이기려고 남을 속이는 일, 그것도 살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과장되기는 했으나  시대에 만연된 한탕주의가 드라마 전면에 깔려 있었다.


어린 시절, 우리들이 사는 동네 골목은 어디에나 아이들로 왁자지껄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딱지치기 ' 등은 모든 아이들이 즐기는 놀이였다. 특별한 소품이 없이도 딱지 한 장. 유리구슬 한 알씩만 있으면 골목에 어스름이 몰려올 때까지 재미있게 놀던 놀이, 그때 우리는

술래에게 잡히거나 상대에게 지게 되면 '졌다'라는 말 대신 '죽었다'라고 표현했다. 짧고 쉽고 단순한 그 말이 드라마에서는 실제로 목숨을 앗아가는 죽음으로 몰고 간다.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처럼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는 드라마 속의 장면들, 이런 게 열광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런 단순한 것들을 콘텐츠로 한 것이 오히려 복잡한 세상에서 인기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도 생각한다.


 탈락이 죽음으로 연결되는 드라마. 단지 게임에 졌을 뿐인데 너무 쉽게 앗아가는 인간의 생명. 그 내면에는 인간에게 경주마처럼 게임을 하게 만들고 이를 즐기는 VIP들의 유희가 있다. 이 드라마가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면 시대를 움직이는 돈의 힘에 대해서 일 것이다.


"가진 자와 없는 자의 공통점은 할 일이 없다는 것"이라는 노인의 화두에서 씁쓸한 공감을 느낀다

하지만 9부작의 드라마를 마저 볼 때까지 세상이 열광하는 이유를 끝내 찾지 못했다. 오히려 게임과 같은 이 드라마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내가 더 이상할 뿐이다.


 "500원이면 살 수 있었던 달고나의 몸값이 훌쩍 올랐습니다. 사람들은 비싼 줄 알면서도 7000원 씩이나 하는 달고나를 사서 열심히 모양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이 뉴스를 듣고나서야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알았다. 어린시절 우리들이 했던 놀이는 너무나 순수하고 단순하며 재미있는 놀이였다. 주로 좁은 골목길에서 이루어 지던 우리의 놀이는 우리만의 정서가 담겨져 있다. 세계는 지금 한국의 놀이문화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오징어게임을  보고 한국의 현실 운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혼동하지 말자''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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