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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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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Nov 10. 2021

남한강 단풍 라이딩

 홍대 앞에서 지평으로 가는 경의 중앙 전철을 탔다. 남한강변의 가을풍경이 아름답다고 한다.

전철의 맨 앞 칸과 뒷 칸은 자전거와 함께 탑승을 할 수가 있다. 공휴일에 한해서라지만 그만큼의 규정멀리 교외로 나가서 라이딩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편리한 제도다.


자전거와 함께 지하철을 타는 게 처음이라서 걱정이 되었지만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개찰구와 가까운 곳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들고 나는 일에 전혀 불편이 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처음 공공시설을 이용해 보면서 모든 게 편리해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전거뿐 아니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휠체어를 타고 최선의 동선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심하게 신경을 쓴 부분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청량리역에서 자전거와 함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전철 안은 발 디딜 곳이 없었다

교외로 나가는 라이딩 족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모두들  바이클 선수처럼 보이는 사람들 틈에 끼어 누가 봐도 처음인 듯한 초보 외출러는 행여 세워둔 자전거가 넘어질세라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강한 바람 속에서도 대밭에 대나무들이 쓰러지지 않고 서 있듯이 빽빽하게 세워둔 자전거들은 서로를 지탱해 주고 있다.


처음 전철을 타 본  우리 이쁜이들


팔당역에서 내려 자전거길로 양수리를 거쳐 양평까지 갔다가 양평에서 전철을 이용하여 돌아오는 32km의 코스였다.


탁 트인 시야, 무엇보다도 강변을 따라서 만들어 놓은 자전거 길이 아기자기하다. 단풍나무가 만든 자연의 터널을 지나기도 하고 산을 뚫어놓은 컴컴한 터널을 건너기도 한다.

차갑고 어두운 터널 안을 리다가 터널 밖의 밝음을 만나는 순간은 마치 삶의 경계를 지나는 듯한 야릇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양수대교의 투명한 아크릴판 위를 달릴 때의 아찔함은 곧 이어지는 강변의 고즈넉한 경치로 금방 잊히게 된다.

자동차와 기차, 그리고 자전거가 강물을 거슬러 나란히 달리세 가닥 길은 남한강변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일 것이다.

외곽으로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여행이든  서사가 있는 여행을 즐긴다. 스치고 지나가는 여행보다. 만남을 통해 이야기가 있는 여행, 그래서 나는 말을 건다. 자연의 모든 것들이 나의 말 상대가 되어 준다.

문득 래의 길에서 이탈하여 샛길을 따라 달리기도 하고 길이 막힌 곳에서 되돌아 나오다가 애꿎게 짖어대동네 강아지의 컹컹거림을 듣기도 하지만 나는 그게 좋다.


어디쯤인가, 등나무 아래 몇 개의 나무 탁자가 놓여있는 허름한 국숫집이 보였다.  

허기를 느끼지 않았는데도 그냥 탁자에 앉아보고 싶었다. 감자전과 국수를 시키고 기다리고 있으려니 음식이 나오는 동안 생미나리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라며 내놓는다. 지금껏 어느 음식점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식전 메뉴다.

향긋한 미나리 향이 입 안에 가득하고 눈앞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있다. 국숫집의 삐걱거리는 나무 의자에서 바라보는 경치 일류 레스토랑의 창밖  못지않았다.


양평에 도착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처럼 우연히도 오늘이 양평 장날이었다. 역으로 가는 길에 양평시장이 보였다. 시장 안의 방앗간이 제일 붐비고 있었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주변을 향기롭게 한다.

김장철을 맞이한 시장은 온통 배추와 고추, 파와 갓등. 싱싱한 김장 재료들로 가득하였다. 자전거가 아닌 자동차를 타고 이곳에 왔더라면 사고 싶은 물건이 많았을 텐데 눈으로만 보고 지나쳐야 하는 게 안타까웠다.


내가 타고 있는 전기 자전거는 최고 속도가 25km이다. 그 이상은 아무리 페달을 밟아도 동력의 도움으로는  속도를 더 낼 수 없다. 더구나 경치를 바라보면서 달리다 보면 자꾸만 뒷 사람에게 추월을 당한다. 내 곁으로 바람을 일으키며 스쳐 지나가는 자전거 무리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들은 모두 선수처럼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달린다. 일종의 스포츠를 즐기는 것이다.

그들이 타고 가는 날렵한 자전거는 한 손으로 들어도 될 만큼 가볍다고 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포츠웨어로 완전무장하고 있어서 나이나 성별을 분간하기 어렵다.

속도를 즐기는 라이딩족과 달리 경치를 즐기는 라이딩을 하는 나와 남편은 복장부터 다르다. 헬멧은 당연히 써야 하지만 그 외에는 평상복중에서 가장 편한 옷을 골라 입고 자전거를 탄다.

토종주를 목표로 하고 가는 곳마다 인증서를 찍어 남기는 것도 좋겠지만 천천히 페달을 돌리며 쉬엄쉬엄가면서 계절의 경치를 즐기는 지금의 자유로운 자전거 여행도 좋다.


''여보 다음 주 휴일에는 한강변으로 가볼까?''


두 개의 바퀴가 중심을 잡고 굴러가듯이 우리 두 사람이 함께라면 외롭지도 위험하지도 않다. 항상 내 뒤에서 경적을 울려주는 남편을 믿고 오늘도 무사히 가을 단풍 라이딩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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