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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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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Jan 01. 2022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좋은예감


어울려 산다는 건 아름다운 일이다.


류시화 시인이 쓴 '지구별 여행자' 라는 책은 내가 가끔 꺼내어 읽는 책이다. 

내가 가 본 적없는 인도라는 나라에서 직접 경험하고 만나고 깨달은 이야기를 쓴 책에서는

인이 만난 이웃은 모두가 성자였다. 가난한 릭샤꾼도 짜이를 파는 소년도 걸인도 가짜 백단향 목걸이를 파는 상인도..., 결국 그들을 통해 시인은 시바신을 만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그 누군가가 나를 변화시키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어젯 밤, 우리집 가까이 사는 딸네 가족과 송년 파티를 했다. 케잌에 촛불을 켜고 손녀와 함께 '올드 랭 싸인'을 부르며 가는 해를 배웅했다.

2021년 안녕... 열 한살도 안녕...

놀이터에서 저보다 큰 아이들에게 그네를 뺏길 때만해도 빨리 자랐으면 했는데 언제 이렇게 커버렸는지 순간이 소중한 것을 모르고 지나쳤다.


밤 늦게 꽃 선물을 받았다. 앞집에 사는 아인이네 가족이 하얀 튤립을 가득 안고 왔다. 대문밖에  

엄마 아빠 그리고 어린 아인이까지 세 명이 나란히 서서 새해 인사를 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만나면 웃어주고 아이 목소리가 들리면 창문을 열고 손 흔들어 준 것 밖에 없는데 그게 고맙단다.


지난 한 해 커다란 트럭이 땅을 울리며 골목을 지나다녔다. 길 건너 앞집이 이사를 갔다. 새로 이사를 온 사람들은 그집을 헐고 그 땅에 새 집을 지었다.

''그동안 시끄럽게 해서 죄송해요 지난 한 해동안 고마웠습니다''

새로 이웃이 된 젊은 부부가 인사를 한다. 예쁘게 빚은 떡을 선물로 주고 갔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엣셀리아(벌레잡이 제비꽃) 꽃이 활짝 피었다. 좋은 조짐이다.

하긴 저 꽃은 오늘 꽃잎을 터트리기 전에 며칠 전부터 꽃망울이 부풀어 있었다. 모든 일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계획되어 있었고 인연을 통해 오늘 만나게 되었을 뿐이라는 인도 성자의 말처럼 우리 이웃들 역시

먼 이전부터 오늘의 인연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새해아침, 축하인사 속에 동생의 문자가 섞여있다. 동생 딸인 조카가 운영하는 가게 청소를 도우러 왔다고 한다. 조카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거리두기와 4인 이상 집합금지. 영업시간 단축등으로 힘들어 하는 소상공인 중에 내 가족도 있다. 어젯 밤에도 손님들이 제대로 있었을리 없다. 그런데 다시 준비를 한다. 힘들다고 주저앉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그 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은 없다.


 하루사이에 내 주변에서 일어 난 사랑스런 이야기들을 떠올리면서  올 한 해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로 인해 나는 많이 변해있을 거라고 좋은예감을  본다.


 

좋은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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