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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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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Jan 08. 2022

눈물의 값

새해 계획을 세웠다. 하루에 한 개씩  화두를 던져놓고 그것에 대하여  자기 성찰 내지는 명상을 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주제 선정은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다거나 아님 지금껏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들 중에서 선택하기로 했다.


오늘의 주제는 '눈물'이다.

왜 갑자기 씁쓸 짭조름한 단어를 생각해 낸 걸까? 지난 한 해는 나에게 무척 잔인했다. 평생 겪고 싶지 않은 슬픈 일들이 시간차  공격으로 나를 무너 뜨렸다. 잿빛 삶의 연속이었고 시도 때도 없이 울었으며 그때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우리 몸의 70퍼센트가 수분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봄날, 오빠와의 사별은 슬픔이다가 그리움이다가 종내는 인생의 허무함까지 극으로 치닫는 우울로 몹시 힘들었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두 개의 세계는 투명한 막으로 경계되어 있어서 나 역시 곧 저 막을 뚫고 다른 세계로 넘어갈 것 같은 생각이 들고는 하였다.

다행히 남들보다 형제가 많은 나는 남은 형제들의 위로와 동질의 아픔을 서로 보듬으며 빈자리가 남긴 슬픔을 견뎌낼 수 있었다.


오빠가 떠나고 한 달 뒤, 반려견이 떠났다. 슬픔의 색깔은 달랐지만 저울질 할 수 없을만큼 깊이는 같았다.

조금 수그러들던 감정이 다시 폭발하고 나는 이내 내 발로 걸어서 신경의학과를 찾아가야 할 만큼 모든 게

엉망이었다. 내 주변의 가족들조차 힘들어하는 나를 버거워했다, 살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일에 유난을 떤다는 말까지 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슬펐던 한 해가 점점 꼬리를 보이는 동안에 나는 생각했다. 내가 흘린 눈물이 나를 적시지 못한다면 나는 살아 있는 듯 죽어 있는 박제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어린 시절에는 울음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다. 그때의 눈물은 주로 타인에게서 보상을 받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흘린 눈물만큼 스스로 성장해 있어야 한다.


내가 흘린 눈물의 의미를 생각하는 일, 나에게 슬픔을 주고 떠나간 그들이 나에게 남겨놓은 그 무엇인가를 헤아리는 일, 깨달음으로 내 삶이 더욱 단단해져야 하는 일 등, 이 모든 게 내가 흘린 눈물 값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워하되 슬퍼하지는 말자, 오늘의 명상에서 깨달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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