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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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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Jan 01. 2023

옥상일출

새해가 밝았습니다. 오늘 아침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투명합니다. 유난히 고 푸른 하늘 위로 두렷이 떠오르는 둥근 해,

새로 시작되는 2023년의 첫 해를 맞이하려고 나는 산도 바다도 아닌 우리 집 옥상 위로 올라갔습니다.


서울 해 뜨는 시각 7시 47분, 시간에 맞춰 옥상 위로 올라갔지만 해는 아직 감감무소식, 동쪽 하늘엔 신비한 보랏빛 여명만이 가득합니다.


어젯밤,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로 인해 전국에 있는 유명한 일출장소는 몸살을 앓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오늘 새벽 동이 트기 전 깜깜한 산길을 오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들보다 먼저 정상에 올라 해를 맞이하고 싶은 소망 때문이겠지요


그 정도 정성은 들여야 마주할 수 있는 해를 너무나 쉽게 집 옥상 위에서 보려고 했으니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 중에 핑프( 핑거프린세스의 줄임말)가 바로 나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어쩝니까 오늘은 새해 첫날이고 나는 새해에 바라는 소원이 한 두 개가 아닌걸요,


서울의 일출시각은 훨씬 지났는데도 이곳 옥상 위에서 바라보는 동쪽 하늘은 아직 홍시빛으로 물들어 있을 뿐 해가 나올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이윽고 여기저기에서 보내주는 일출 사진들이 카톡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작년에 우리 아래층에  살다가 부산으로 이사 간 딸 같은 처자가 동해바다에서 갓 떠오르는 해를 영상으로 보여줍니다.

세상에나.., 너무나 영롱한 해님입니다. 올해는 좋은 일만 있으려나 봅니다.

영상을 통해 주고받는 새해 첫인사가 달달합니다.

손가락 하트를 마구마구 날려 주는 덕분에 영하의 옥상 위에서 훈훈함을 느낍니다


잠깐사이 또 하나의 영상이 도착했습니다. 우리 동네에 있는  정상으로 해맞이를 하러 손녀와 사위가 보내주는 일출 장면입니다.

늦잠을 자느라 출발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기특하게도 새벽에 컴컴한 산길을 올라가서 일출을 마주하다니...,

처럼 붉은 감동이 할미가슴에서 몽실몽실 피어오릅니다

내 소원 하나는 그새 이루어진 듯합니다.


드디어

옥상 앞 건너편 산등성이에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학교 건물이 있는 그곳은 가끔 젊은이들의 함성이 메아리치던 곳이었답니다.

지금은 그곳에 새해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학업에 열중해야 할 젊은이들이 정의를 외치지 않아도 정의로운 세상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당장 우리 가족 중에도 코로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제 그만 코로나가 잦아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금 집이 아닌 병원에서 새해를 맞는 사람들이 빨리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내가 바란 새해의 소원은 나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바라는 소원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나 잘 산다고 해서 행복한 세상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입니다.


지구 저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이, 이웃나라에서 시작된 전염병이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다 함께 평안하기를 기원하며 새해를 맞이합니다.


모두의 염원을 가슴에 담고 창공으로 치솟는 햇살이 눈부십니다.


햇님 잠깐만...,


마지막 은밀하게 기원하는 내 소원도 하나 빌어봅니다.


올해도 모두 소망한 일 이루시기를....



새해 우리 집 옥상위에서 바라 본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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