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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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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Jun 03. 2023

위장의 반란

커다란 욕심만 화를 부르는 게 아니다. 간식으로 먹은 꽈배기 한 개가 내 소중한 사흘의 시간을 앗아갔다. 한 개만 먹었더라면 별 탈이 없었을 것을 한 개를 더 먹은 게 문제였다. 꽈배기 한 개 욕심냈다고 사흘을 벌주시다니, 그리곤 지금 이렇게 반성문까지 쓰고 있다.


평소처럼 병원으로 달려가지 않는다. 온갖 맛은 입이 느끼고 주야장천 일만 해대는 위장의 노여움푸는 방법을 의사보다도 내가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목에서는 신물이 넘어오고 머리는 딱따구리가 쪼아댄다. 이럴 때는 약도 무력하다. 쇠도 녹인다는 위산을 중화시키기 위해 보리차를 끓여서 천천히 오래 마신다.  찜질기로 배를 따뜻하게 해 주기도 한다. 일종의 달래기 요법이다. 이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아야 한다.


미안하다.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너무 무리하게 일을 시켰구나 우리의 갈등은 최근 들어 더욱 잦아졌다. 요즘에는 거의 한 달에 한 번쯤 주기적으로 위장이 파업을 하는 것 같다.  


근에 임플란트를 하느라 치과에 다니고 있는 친구는 나의 건치를 무척이나 부러워하였다. 치아가 건강한 것은 오복 중에 하나라고 한다.


옥수수처럼 크고 단단한 치아를 가진 나는 일 년에 한 번이나 혹은 두 번, 스케일링을 하러 가는 일 외에 따로 진료를 받기 위해 치과에 간 적이 없다. 튼튼한 이는 단단한 것은 물론 질긴 음식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나는 다른 사람들 보다도 더 빨리 음식을 섭취하였다. 함께 식사를 하는 다른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아무리 천천히 음식을 씹어도 어느 순간 입안에서 음식이 사라져 버리곤 한다.


인간관계에서도 도드라지고 특출 난 사람의 주변에는 고생하고 헌신하는 이가 있었다. 이처럼 기능 좋은 치아가 열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내 온순한 위장은 부당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하였다. 그러다가 결국 뒤늦게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지금은 머리카락 한 올도 소중한 나이가 되었다. 보이는 것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내 안의 장기들 까지 나는 보듬어 줘야 한다. 튼튼하다고 자랑하는 이면에는 그것에 눌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또 다른 것에 대하여 생각해야 한다.


다음부터는 조심할게, 연 사흘동안 소금기 없는 흰 죽을 먹으며 위장에게 사과를 하고 반성을 한다.


먹방을 보면서 시도 때도 없이 충동적으로 먹은 음식과, 분위기에 취해 마신 약간의 알코올, 초대받은 식탁에서 맛있게 먹으려고 한 끼를 건너뛴 식탐, 이 모든 것에 용서를 빈다.


하지만 

아침에 마시는 한잔의 커피만큼은 너그럽게 이해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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