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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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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May 25. 2023

백만 송이 장미

여자들은 대부분 나이만큼 장미꽃을 받아보고 싶은 로망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안겨 준다면 더없이 좋다.


 깨 그런 사람은 없어


사실 이제 와서 내 나이만큼 장미꽃을 받는다면 그냥 현금으로 주지 그랬어라고 맥 빠지는 소리를 할지도 모른다.


밖에서 들어온 남편의 손에 장미꽃 한 다발이 들려있다. 세어보니 모두 서른 송이, 내 나이에 반도 못 미치는 장미꽃이 남편의 얼굴을 반절 가리고 있다.


오홋, 저런 센스가...


오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오월이 되면 우리 집 울타리 가득 장미꽃이 핀다. 해마다 이맘때면  잊지도 않고 수백 개의 꽃송이를 선물로 주시는 그분은 얼마나 로맨틱한 분이신가


저녁 무렵, 동네 산책을 나선다. 집집마다 장미꽃이 아름답다. 백만 송이 장미화관을 쓰고 노을빛에 물든 우리 동네가 왕비처럼 우아하다. 유난히 담장이 높은 집에 분홍과 빨강 흰색 장미가 담장밖으로 늘어져 있다. 장미꽃이 폭포와도 같다.


지나가는 사림들이  한 마디씩 한다.


 예뻐라...


장미의 아름다움은 혼자가 아닌 모두에게 나눠주는 기쁨이다.


남편이 건네준 장미송이를 화병에 꽃아 두었다. 온 집안이 환하다.


어느 몹쓸 손모가지가(남편의 표현 그대로 인용) 우리 집 울타리에 핀 장미를 꺾어 놓았더라. 


그러면 그렇지 하마터면 감동받을 뻔했다.



오월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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