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붉은 지붕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희동 김작가 Oct 13. 2023

 리폼을 하고 나니 리폼이 하고 싶다


꽃잎 자수가 놓인 하늘하늘한 레이스는 여인의 미소와도 같다.


수수한 옷에 살짝 레이스를 덧붙였을 뿐인데 금세 분위기가 달라진다. 레이스의 정점은 누가 뭐래도  웨딩드레스 일 것이다. 보일 듯 말 듯 투명한 베일 안에서 신부는 신비스러워 보인다. 레이스는 아름다움과 부드러움 그리고 섹시함까지 겸비한 묘한 매력이 있는 소재다.


요즘 여성과 남성의 패션패턴이 유연해졌다고 한다. 사이즈만 다를 뿐 서로 같은 디자인을 공유한다. 하지만 레이스만큼은 남성이 법접할 수 없는 절대적 여성 취향, 오로지 여성만을 위한 소품이다.


예쁜 레이스와 추석연휴 동안 줄곧 함께했. 뭐든 잘 만드는 솜씨좋은 친구가 레이스 한 묶음을 나에게 준 적이 있다. 오래전에 사 두었지만 자신에게는 무용지물이라며 나눔을 하겠다고 한다. 


공짜라는 말에 혹하지도 나 역시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이었지만 집에 미싱이 있어 언젠가는 사용하게 될 것 같은 생각에 고맙게 받아 두었다. 그리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추석연휴 동안 뭐 할 일이 없을까 하다가 그때 받은 레이스가 생각이 났다. 문득 벨리 댄스복에 레이스를 덧붙여 변화를 주고 싶었다. 벨리댄스는 지금껏 십여 년이 넘게 해온 운동이라서 내가 가지고 있는 벨리댄스복이 여러벌 있다. 잔잔한 꽃잎을 자수로 놓은 검정 레이스는 평범했던 드레스를 새롭게 꾸며 주기에 충분했다.


밋밋한 검정 드레스가 레이스 덕분에 화려해졌다. 잔 주름을 잡아 가슴과 치마단에 붙여놓고 나니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독창적인 새로운 옷으로 탄생하였다.


군가에게는 무용지물이었던 물건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쓰임새가 있는 물건이 되기도 한다. 레이스로 리폼한 댄스복은 평범한 무용복이 아닌 나만의 작품이 되었다.


레이스가 여성만의 전유물이라고 했나? 레이스를 가지고 이래저래 살펴보다가 흘러내린 머리를 살짝 묶어 보았다.


얼래리~ 우아하지도 아름답지도 더구나 섹시하지도 않다. 한물간 댄스복은 저처럼 예쁘게 재탄생시킨 레이스의 마력이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거울 속에 부스스한 파마머리 여자가 웃고 있다.


"얼굴을 땡겨드립니다". 얼마 전에 미장원에서 받은

 명함을 어디에 두었더라.


 레이스도 거부하는 나의 주름진 얼굴, 리폼이 될까?

리폼을 하고 나니 리폼이 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하늘 푸르른 날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