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우리 집 울안에서 아기 비둘기가태어났다. 삼월과 오월에 걸친 두어 달 동안 비둘기를 바라보면서 그들에게도사람과 다를 게 없는 모성과 가족애가 있다는 걸 느꼈다.
암컷과 수컷, 둘이서 보금자리를 정하는 것도 꽤 신중했다. 천적이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볼 수 없게 은신할 수 있는 곳, 엉클어진 줄기가 빗물받이를 타고 높이올라간 우리 집 으름나무를 집터로 잡은 뒤 비둘기 부부는 부지런히 가지를 모아 둥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암컷은 이내 그곳에서 알을품기 시작했다.
어미비둘기는알을 품고 있는동안에는먹지도 자지도 않는 모양이다하루종일 둥지에만 있는 비둘기가 가여워서 올려다보면 겁먹은 듯 빨간 눈알을동그랗게 뜨고 조형물처럼 꼼짝 않고 있었다.수컷 비둘기가 먹이를 날라다 주는 기척도 없고 둥지아래 배설물이떨어진흔적도없다. 새끼비둘기는처음 태어나면 엄마 젖을 먹는다고 하는데 어미가 저렇게 굶고 모유수유나 제대로 할 수 있으려나..
비둘기 남편은 아내가 알을 품고 있는 동안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일부일처제라 하니 마음은 놓인다만 혼자서 고생하는 엄마비둘기가 너무나 가엾다.
봄 여행을 다녀온 뒤, 제일 먼저 둥지부터 살펴보러 갔다. 비둘기는 여전히 알을 품은채 그대로 있다. 그런데 데크위에 빈 알껍질 반쪽이 떨어져 있었다.
그 사이에 부화가 된 걸까? 혹시 고양이가? 귀를 기울여 아기비둘기 울음소리를 들으려 했지만 둥지 안은 조용했다.엄마비둘기가 저렇게 지키고 있는데 별일이야 없겠지..
아기 비둘기 두 마리가 태어났다. 이 세상에 모든 새끼들은 귀여움을 동반하는데 비둘기 새끼는 그렇지가 않다. 잿빛 털북숭이 아기 비둘기는언뜻 보면쥐처럼 생겼다.바닥에 떨어진 알껍데기는 메추리 알만큼 작았는데 어떻게 그 작은 알 껍질 안에서 저렇게 큰 아기 비둘기가 태어났을까,
엄마 비둘기는 열심히 아기의 잔털을 다듬어 주고 있다. 이제 곧 예쁜 깃털이 자라날 테니 두고 보라는 듯 정성을 들인다.
알을 품고 있을 때는 볼 수 없었던 아빠 비둘기도 어디선가 나타나서 열심히 먹이를 물어 나른다. 어미비둘기가 알을 품고 있을 때는 둥지 아래가 깨끗하였는데 제 자식들은 얼마나 많이 물어다 먹이는지 새끼들이 싼 분비물이 떨어져 둥지아래 데크가 지저분해지기 시작했다. 아침마다비둘기가 어질러놓은 분비물을 치우면서 어서 빨리 자라서 날아가 주기를 바랐다.
비둘기 가족이 떠나버리면 후련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외출을 하려고 집을 나서려다가 베란다 난간에 비둘기가 앉아있는 걸 보았다. 엄마와 아기 비둘기다. 잠시 외출을 미루고 이들을 바라보았다. 작년에 우리 집에서 둥지를 튼 비둘기는 떠나가는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올 해는 우연히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언제 저렇게 자랐을까? 엄마와 거의 비슷한 몸집이 된 두 아기비둘기가 첫 비행을 하려는 것 같다. 떠나기 전 인사를 하고가려는 걸까, 거실에서 훤히 보이는 울타리에 한참을 앉아있더니
"후루룩"
푸른 창공으로 비둘기가 날아간다. 내 집에서 태어난 아기 비둘기들이 저리도 잘 날다니... 신통하고 대견하다.
"잘 가거라. 건강하게 지내다가 내년에도 또 오렴, "
첫 비행하는 날씨가 어쩜 이리도 좋은지..., 오늘따라 미세먼지 하나 없는 하늘은 무척이나 청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