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희동 김작가 May 29. 2024

비둘기 날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우리 집 울안에서 아기 비둘기가 태어났다. 월과 오월에 걸친 두어 달 동안 비둘기를 바라보면서  그들에게도 사람과 다를 게 없는 모성과 가족애가 있다는 걸 느꼈다.


암컷과 수컷, 둘이서 보금자리를 정하는 것도 꽤 신중했다. 천적이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볼 수 없게 은신할 수  있는 곳, 엉클어진 줄기가 빗물받이를 타고 높이 올라간 우리 집 으름나무를 집터로  잡은 뒤 비둘기 부부는 부지런히 가지를 모아 둥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암컷은 이내 그곳에서 알을 품기 시작했다. 


어미비둘기는 알을 품고 있는 동안에는 먹지도 자지도 않는 모양이다  하루종일  둥지에만 있는 비둘기가 가여워서  올려다보면 겁먹은 듯  빨간 눈알을 동그랗게 뜨고 조형물처럼 꼼짝 않고 있었다. 수컷 비둘기가 먹이를 날라다 주는 기척도 없고 둥지아래 배설물이 떨어진 흔적도 없다.  새끼 비둘기는 처음 태어나면 엄마 젖을 먹는다고 하는데 어미가 저렇게 굶고 모유수유나 제대로 할 수 있으려나..


비둘기 남편은 아내가 알을 품고 있는 동안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일부일처제라 하니 마음은 놓인다만  혼자서 고생하는 엄마비둘기가 너무나 가엾다.


여행을 다녀온 뒤, 제일 먼저 둥지부터 살펴보러 갔다. 비둘기는 여전히 알을 품은 채 그대로 있다. 그런데 데크 위에 빈 알껍질 반쪽이 떨어져 있었다.


그 사이에 부화가 된 걸까? 혹시 고양이가? 귀를  울여 아기비둘기 울음소리를 들으려 했지만 둥지 안은 조용했다. 엄마비둘기가 저렇게 지키고 있는데 별일이야 없겠지..


아기 비둘기 두 마리가 태어났다. 이 세상에 모든 새끼들은 귀여움을 동반하는데 비둘기 새끼는 그렇지가 않다. 잿빛 털북숭이 아기 비둘기는 언뜻 보면 쥐처럼 생겼다. 바닥에 떨어진 알껍데기는 메추리 알만큼 작았는데 어떻게 그 작은 알 껍질 안에서 저렇게 큰 아기 비둘기가 태어났을까, 


엄마 비둘기는 열심히 아기의 잔털을 다듬어 주고 있다.  이제 곧 예쁜 깃털이 자라날 테니 두고 보라는 듯 정성을 들인다.


알을 품고 있을 때는 볼 수 없었던 아빠 비둘기도 어디선가 나타나서 열심히 먹이를 물어 나른다. 어미비둘기가 알을 품고 있을 때는 둥지 아래가 깨끗하였는데 제 자식들은 얼마나 많이 물어다 먹이는지 새끼들이 싼 분비물이 떨어져 둥지아래 데크가 지저분해지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비둘기가 어질러놓은  분비물을 치우면서 어서 빨리 자라서 날아가 주기를  바랐다.


비둘기 가족이 떠나버리면 후련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외출을 하려고 집을 나서려다가 베란다 난간에 비둘기가 앉아있는 걸 보았다. 엄마와 아기 비둘기다. 잠시 외출을 미루고 이들을 바라보았다. 작년에 우리 집에서 둥지를 튼 비둘기는  떠나가는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올 해는 우연히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언제 저렇게 자랐을까? 엄마와 거의 비슷한 몸집이 된 두 아기 비둘기가 첫 비행을 하려는 것 같다. 떠나기 전 인사를 하고 가려는 걸까,  거실에서 훤히 보이는 울타리에 한참을 앉아있더니


"후루룩"


푸른 창공으로 비둘기가 날아간다. 내 집에서 태어난 아기 비둘기들이 저리도 잘 날다니... 신통하고 대견하다.


"잘 가거라. 건강하게 지내다가 내년에도 또 오렴, "


  비행하는 날씨가 어쩜 이리도 좋은지...,  오늘따라 미세먼지 하나 없는 하늘은 무척이나 청명하였다.

작가의 이전글 용과 뱀 말과 양들의 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