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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May 09. 2024

용과 뱀 말과 양들의 수다

네 명의 친구가 모였다. 자칭 F4라고 한다. 고향에서 초등학교를 거쳐 고등학교까지 함께  다닌 친구들이다. 졸업 후 대학과 취업등 서로 다른 진로를 선택하였을  잠시 헤어져 있었지만 결혼하여  서울에 살면서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친구들이다.


요즘처럼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동들 정확한  나이 규정이  없었던 시절, 우리들은  같은 1학년이지만 나이는 모두 달랐다.  네 명의 친구들  역시 한 살씩  터울이 있지만 우리에게 나이는 주민등록상의 표기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무튼 오늘은 용띠 뱀띠 말띠 양띠등 서로 띠가 다른 60년 지기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다,


서울가로수가 이팝나무였다는 걸 꽃이 피고 나서야 알았다. 하얀 꽃눈송이처럼 소복하게  피어있는 길이 너무나 아름답다. 만남의 장소인 인사동 입구에 친구들 중 뱀띠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일찍 도착한 뱀띠는 친구들을  기다리다가 바로  옆에 있는 공원의 꽃들에게 눈길이 갔다. 


" 옆 공원에서 꽃놀이하고 있을게  천천히들 오너라 " 문자 한 장 달랑 보내고  최근에 새로 조성된 널찍한 공원으로 스르륵 빨려 들어갔다.


인사동 송현공원의 


곧 다가올 초파일 연등놀이를 준비하기 위해 녹색 잔디 광장에서는 불탑과 연꽃, 해태상 등 조형물 세우기에 한창이다. 주변 화단에는 수많은 종류의 꽃들이 피어있다. 뱀띠는 꽃을 좋아한다. 알록달록한 양산을 쓰고 그 또한 꽃으로 보인다.


그때 문자 하나가 날아왔다." 어디니? " 용띠가 도착했다. "이쪽으로 와봐 " 뱀띠가 유혹한다.


상상의 동물인 용은 동양에서는 왕의 위엄과 권력을 나타내는 캐릭터로 쓰였다.


저쪽에서 용띠가 걸어온다. 왕 맞다, 용띠인 그녀는 친구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언니다. 그런데도 주름살 하나 없는 피부. 혹시 의학의 힘을 빌린 것 아니니?, 첫인사치 곤 조금 무례하지만 동안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을 것만  같다. 최근에  콜라겐을 열심히 먹고 발랐더니 효과를 조금 보는 것 같다고 한다. 콜라겐을 먹는다고? 뱀띠는 곧 용띠를 따라 해 볼 작정이다. 용띠도 꽃을 좋아한다. 둘은 꽃밭에서 서로를 카메라에 담는다. 밭에서는 누가 용이고 뱀인지 모르겠다.


약속시간보다 30분을 늦게  말띠와 양띠가 도착했다. 꽃구경에 정신이 팔려 도착 문자가 온 것도 몰랐다. 뒤늦게 합류한 두 사람, 늦어서 미안하다는 사람도 왜 이렇게 늦었냐고 채근하는 사람도 없다.


말띠는 맛집은 식사 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분위기 좋은 장소를 이미 알아두었나 보다. 웨이팅줄이 조금 길기는 하지만  맛있는 파스타집이 있는데 그곳으로 갈까? 오 케이  만장일치,


한 달 동안 쌓인 이야기가 너무 많다. 남편 흉도 봐야 하고 손주 자랑도 해야 하고  주변 소식도 전해야 한다, 분위기 있는 곳으로  가자 커피맛은 조금 덜 해도 쿠션이 있는 의자가 있는 곳이어야 해,


인원이 많든 적든 어느 모임이나 리더가 있게 마련이다. 양띠는 지금까지 우리 모임을 이끌어 온 숨은 공로자다. 만년 총무를 맡고 있다. 양띠는 두 달 후면 캐나다로 긴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 살고 있는 딸네집 방문이기에 아마 두어 달은 족히 체류할 것이라 한다. 너희들 나 없이도 꾸준히 만나기다. 양띠는 사명감도 특출하다


샘솟듯 이어지는 우리들의 대화,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 되었나 보다. 양띠가 수다에 종지부를 찍는다. 이제 회비들 내시지,


 해가 갈수록 감칠맛이 더해지는 종갓집 씨간장처럼 나이 들수록  더욱 진해지는 우리들의  우정, 인생의 가을 길목에서 언제나 봄날을 떠올릴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나이 듦이 허무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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