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희동 김작가 Nov 09. 2023

오늘의 감동

깜짝 출판기념회

나를 축하해 주는 장소인 줄 몰랐다. 모임시간은 열 한시  삼십 분, 장소는 약간 소란한 뷔페식당, 식사만 마치면 곧장 한의원에 갈 예정으로 두 시에 진찰예약을 해 두었다.


"그런데 이게 뭔 일이람, "


"프로방스에서 쌀팔러 갑니다 출판을 축하합니다"

 

식당의 홀 한편  내 이름이 적힌 커다란 플래카드가 떡하니 걸려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민망함이 몰려왔다.


오늘은 그동안 친목을 다진 문우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다. 다른 때와 달리 모임에  참석해 달라는 전화를 어젯밤에 받았더랬다.


이렇게 깜짝 파티를 마련줄 몰랐다. 꽃과 케이크까지 준비하여 그럴듯하게 꾸며놓은 탁자 위에는 미리 온 문우들의 정성이 담긴 카드가 수북이 놓여있다.


올봄 책을 출간했다. 나에게 할당된 책이 집에 도착했을 때 난 이 책을 위해 노력한 나 자신과 종이를 만들기 위해 베어진 나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되기를 바랐다.


'나를 알리려고 하기보다 나를 기억하게 하자'라는 마음으로 될수록 독자를 직접 만나서 책을 전했다. 내 책을 읽는 누군가의 귀한 시간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함께 전할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을 받아 본 독자들이 소감을 보내왔다. 책을 읽고 프로방스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는 독자,  읽고 나서 자신의 부모님께 책을 전해드렸다는 독자. 고맙게도 책을 읽느라 밤을 꼬박 새웠다는 독자도 있다. 그중에 쉽게 읽혀서 좋았고 그럼에도 큰 감동을 받았다는 내용 독자가  있었다. 마음이 심쿵했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서점에책을 구입해서 읽고 전화를 걸어온 독자가 있다. 책 어디에도 나의 연락처가 없는데 출판사에 문의해서 알아냈다는 말에 하마터면 감동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가까이에 있으면 따뜻한 차라도 한잔 나누며 이야기하고 싶은데 멀리 영주에 살고 계신 분이라 한다.


독자가 감동을 받았다고 전할 때, 글 쓰는 이는 보람을 느낀다. 간혹 인세를 얼마나 받았냐며 돈으로 평가하려는 사람이 있지만 을 만들어 돈 벌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쉽게 읽히지만 감동적인 글'은 내가 지향하는 글쓰기  방식이다.


전문가적인 글이 아니고서야 복잡하고 힘든 세상에 살면서 글까지 심오하고 까다로울 까닭이 있을까?  나처럼 주변에서 느끼는 사사로운 감성을 글로 표현하미셀러니 작가는 누구나 접하기 쉬운 언어로 독자에게 다가가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을 한다.


접시에 음식을 담아 들고 지나가는 손님들이 슬쩍 우리 쪽을 바라본다. 


민망해했던 처음과 달리 어느 순간 나도 소소한 파티를 즐기고 있다. 화환이 난무하는 화려한 장소에서 출판기념회를 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엉뚱한 장소에서 하는 축하모임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책이 나온 그때 바로 축하해 주려고 준비했지만 갑자기 주인공인 내가 병원에 입원을 하는 바람에 미뤄졌다며 오히려 미안해한다. 작은 소리로 축하 노래를 부르고 케이크의 불도 껐다. 고맙다는 인사말과 축하한다는 인사말을 서로 주고받았다.


뒤늦게 빈 접시를 고 뷔페음식을 담으러 갔다. 그때 뒤에 서 있던 한 사람이 "축하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또 한 사람은 "책 제목이 좋아요"라고  말을 해 주었다. 우리끼리의 소박한 잔치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축하해 주는 자리가 된 것 같았다.

  

때론 소소한 것에서 커다란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무심코 펼쳐 들었을 때 어느 한 문장에서 오래도록 눈길이 머물 때가 있다. 감동이란 그렇게 준비 없이 불현듯 찾아온다.  


평범한 일상 중에 오늘 하루가 그런 날이다. 깜짝 마련한 출간축하파티지만 오늘의 감동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웃는 얼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