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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Sep 18. 2023

웃는 얼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얼굴은 누가 뭐래도 웃는 얼굴이다. 웃음으로 만들어진 주름살조차 예쁘다고 하니 웃는 것만큼 좋은 습관도 없다.


매일 웃고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 들이고도 자연 미인이 되는데 희로애락을 겪으며 살아가는 인간의 삶은 그렇게 마냥 웃고만 살 수 없다. 


경남 하동에 있는 지리산 청학숲 속에서 경이로운 예술작품과 만났다. 설마 하니 이런 깊은 산속에 무엇이 있을까, 그곳에 한번 다녀온 적이 있는 동생과 함께였지만 울창한 숲 사이로 난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며 반신반의하였더랬다.


하~ 이건 인간의 솜씨가 아니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두고 돌아 나오는 순간 커다란 봉황 한 마리가 날개를 펴고 있는 형상을 보고 탄성이 터졌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산마루에 층층이 쌓아 놓은 돌담장이 예사롭지 않다. 바람 한 줄 드나들 수 없이 촘촘히 쌓은 돌담장은 안과 밖을 구분 짓는 담장이라기보다 이승과 저승의 세계를 경계하는 공간의 구분으로 보였다.


살아서 가보는 천국의 길, 들꽃과 나무, 계곡사이로 흐르는 물줄기와 함께 어울린 돌담길을 걸으며 마주하는 자연의 모습이 모두 다르다. 어떤 건 산등성이를 따라 유연하게 흐르는 담장이 어떤 건 뒷산 언덕 소나무의 절개를 더욱 뚜렷이 보이도록 견고한 직선의 담장이 있다. 파도처럼 격랑이 치는 돌담장이 있는가 하면 호숫가의 파문처럼 잔잔하게 물결치는 돌담장이 있다.


제주도에서 수많은 돌담장을 보았지만 그곳의 돌담장과는 느낌이 다르다. 제주도의 돌담장이 자연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서 지은 울타리라면 청학동 숲 속의 돌담장은 자연과 함께 이어진 자연 속의 자연을 보는 듯했다. 그곳에 돌담장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공허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로 어울리는 예술 작품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왜 진즉에 몰랐을까, 인터넷에 '삼성궁'이라 쳐보니  최근에 지은 명소였다는 걸 알았다. 이미 세계적인 힐링관광지로 명승이 나 있으며 '한풀' 선사라는 분이 자신의 수제자들과 함께 돌담을 쌓았다고 한다. 돌덩이에 숨을 불어넣어 생명을 탄생시키는 일은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 예술적 작품으로 거듭나고 있는 듯 하다.


돌담장과 함께 돌 조각상들이 눈길을 끈다. 인체의  얼굴을 조각한 수많은 돌조각상에는 인간이 지을 수 있는 다양한 표정들이 담겨있다. 의미를 두지 않고 바라보기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듯한 표정이다.


그 끝에 웃는 얼굴이 있다.


동그란 돌이 활짝 웃고 있다. 마치 지나온 길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묻고 그  해답을 말해 주는 듯한 마침표와도 같은 미소. 돌의 웃는 얼굴이 사람들을 웃게 한다. 웃을 수 있다는 건 근심걱정이 없고 아프지 않고 슬프지 않다는 증거다. 인간만이 유일하게 지을 수 있는 표정이기도 하다. 차가운 돌도 웃음으로 부드러워  보이는데  나도 저렇게 웃고 살아야지,


오늘 하루 행복했다.  눈가에 웃음살 하나 만들어졌겠다.


카메라에 다 담을 수 없는 아름다운 경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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