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힘내 이제 터널의 끝, 빛이 보인다
D+23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벌써 세 번째 토요일을 맞았다. 20분간 주어지는 짧은 면회시간에 남편의
상태를 체크하고 혹시라도 욕창이라도 생기지 안 있나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그리고 남편의 굳은 몸을 풀어주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오늘은 주삿바늘이 왼쪽으로 바뀌었다. 겨드랑이와 손등과 팔, 혈관이 잡히는 곳은 온통 주삿바늘이 꽂혀있거나 꽂힌 자국이 있다.
"오른쪽 팔이 아파"
자음과 모음판을 보여주며 눈을 깜빡이는 신호로 의사소통을 하는 남편과 주어진 20분간의 시간을 아끼려다 보면 머리와 등에서는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오른쪽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등을 만졌다. 아... 뼈밖에 만져지지 않는다. 원래 통통한 체칠은 아니었지만 이렇게도 빨리 근육이 소멸될 줄 몰랐다. 살보다 근육이 더 단단한 강골이었는데,
땀인지 눈물인지 눈이 맵다.
담당 간호사가 염증 수치가 낮아졌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 주었다. 폐렴이 낫고 있다는 증거다.
이제 깜깜한 터널의 끝이 희미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D+24
오늘은 얼마나 더 차도가 있을까? 매일 남편의 면회를 가면서 드는 생각이다. '길랑발레'는 정점을 찍으면 더 이상 몸이 굳지 않고 서서히 풀린다고 한다.
남편은 발병한 지 2주 만에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지금은 굳었던 몸이 풀리는 시점이다.
안면까지 굳어져서 잠을 잘 때 한쪽 눈이 완전히 감기지 않는다. 간호사는 남편의 눈 위에 스티커를 붙여 놓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구가 건조되어 실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 몸의 구조가 신기할. 따름이다. 머리털, 손톱, 아무 힘 안 들이고 깜빡거리는 눈꺼풀 등, 우리 몸 중 어느 것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근육이 사라진 다리는 앙상한 뼈만 남아 종아리가 축 처져있다. 침상 위로 드러난 발바닥에 굳은살이 보인다. 남편이 건강할 때는 보지 못했던 부분이다.
굳은 발바닥에 보습제를 발라주며 간절함을 전한다.
그나마 의식이 있다는 게 가족들에게는 불행 중 다행으로 감사한 일이지만 정작 본인은 뚜렷한 의식으로 모든 걸 감내해야 한다는 게 너무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염증수치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희망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