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핸지(Stonehenge)
누군가 나에게 비밀을 말해 주려 할 때 항상 뜸을 들인다. 너만 알고 있으라며 꽁꽁 싸매 둔 비밀 보자기를 풀어보면 비밀이랄 것도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나만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있는 비밀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진짜 비밀은 알아낼 테면 알아내 보라며 아무렇지 않게 펼쳐져 있는, 그런데도 아무도 알 수 없는, 그것이 참 비밀이다.
신석기시대의 유물 스톤핸지는 아직 누구도 그 용도를 알아내지 못한 거대한 돌기둥이다.
비밀은 신비스럽다. 때론 두렵기도 하다. 자꾸 알아보고 싶고 바라보고 싶고 캐어내고 싶다.
스톤핸지로 향하는 내 마음은 그래서 더욱 설레었다.
멀리 벌판에 어슴프레 돌기둥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어떤 긴장감이 생겼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몇 개의 돌기둥처럼 보였으나 점점 가까이 갈수록 원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거대한 돌기둥이 선명해진다. 마치 누군가가 나에게 비밀 이야기를 털어놓으려는 순간처럼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이 갈수록 설렘을 느꼈다.
멸망한 고대왕국, 납골당 아니면 천문관측 소등. 학자들은 저마다 스톤헨지에 대하여 다른 의견을 말하였지만 모두 추측일 뿐, 나는 스톤헨지가 나에게 전하는 첫 느낌을 믿기로 했다.
다가 갈수록 거대해지는 바위가 둥그런 원을 따라 기둥을 세우고 다시 하늘에 떠있는 돌을 받치고 있는 모습을 본 순간 우리 모두는 누가? 어떻게?라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분명 자연석이 아닌 비슷한 형태로 다듬어 놓은 돌기둥들이다. 떠받치고 있는 바위 덩어리가 안전하도록 위로 갈수록 폭이 좁은, 상당히 기하학적인 건물의 주춧돌이었다.
그저 내 생각일 뿐이다. 바라볼수록 궁금증만 커지는 고대의 유적 앞에서 상상조차 금물이었다.
돌기둥 넘어 끝없이 펼쳐진 솔즈베리 대 평원을 바라보았다.
사실 돌기둥은 말 그대로 그 시대의 쓰임새였을 것이다. 신전이든 학자들의 추측대로 오래전 시신의 매장지이든..., 그런데 저 넓은 평원은 무엇이란 말인가. 예전에도 그 이전에도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넓은 평원에 세워진 돌기둥은 그래서 더욱 신비했다. 비밀의 열쇠는 돌기둥이 아니라 오히려 넓은 평원이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돌기둥이 누구에겐가 전하는 의미라면 넓고 푸른 벌판은 그 의미를 감싸고 있는 여백의 종이처럼 느껴졌다.
왜 하필이면 이런 공허한 곳에 돌기둥을 세웠을까?
우리는 모두 진실을 모르기에 자신들의 생각대로 말을 한다. 누구는 신석기시대의 돌무덤이라 하고 누구는 멸망한 고대 왕국의 신전일 것이라고 한다. 또 누구는 고대인들의 괴력에 대하여 말하기도 했다.
돌기둥이 세워진 커다란 원을 한 바퀴 돌면서 햇빛과 그늘, 바람 풀냄새에서 낌새를 찾으려고 애썼다. 나는 돌기둥이 어떤 의미로 세워졌든 자연과 무관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각도에서 바라봐도 신비스러움만 남는 스톤헨즈
드넓은 평원에서 양들이 풀을 뜯고 있다. 이곳에 온 수많은 관광객들이 각자 저희들의 말로 돌기둥의 신비함에 대하여 떠들어 댈 때도 무심하게 풀을 뜯어먹고 있었을 양들을 보며 '그냥 벌판에 세워진 돌덩이'가 오히려 큰 의미로 다가온다.
캐내고 묻고 알려고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게 어쩌면 더 진실과 가까워질 수가 있을 것 같다.
평원을 가로질러 돌아오는 동안 나는 벌판 위에 세워진 돌기둥이 손톱만큼 작아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자꾸만 되돌아보게 되는 건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돌기둥 위로 서서히 노을이 물들기 시작한다. 신비로운 노을이 매일 저렇게 돌기둥을 감싸안는다면 어떤 비밀이든 좀처럼 새어 나갈 것 같지가 않다.
스톤핸지가 있는 넓은 평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