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살아가기
꽤 오랜 시간 중학교 2학년에 매여있었다. 무슨 말이냐고?
바로 내가 따돌림을 당하던 시기.
중학교 2학년 때 나는 여느 친구들처럼 사춘기를 겪고 있었다. 예민한 성격에 조금 더 예민함이 더해졌다. 그래도 남한테 폐 끼치는 사람은 아니었다. 조용히 뒤에서 책 한 권 끼고 다니고 미술시간에 그림 잘 그리는 그런 애였다. 같이 다니던 친구는 나까지 포함해서 총 8명이었다. 그중에 G라고 가장 중심이 되는 친구가 있었다. 왜 여러 명이서 다니다 보면 꼭 중심에 있는 애들이 있잖아. G가 그런 애였다. 우리 8명은 정말 재미있게 놀았다. 수업이 끝나면 꼭 친구 집에 놀러 가서 맛있는 거 만들어 먹고, 재미있는 거 보고, 바보 같은 짓도 하며 함께 했다. 정말 행복했다.
그런데…
시험기간이 다가왔다. 여느 날처럼 등교했는데 그날따라 교실 분위기가 이상했다. 우리 8명은 교실 맨 뒷자리에 모여서 놀았는데 왠지 내가 거기에 가면 안 될 것 같았다. 직감적으로 알았다.
"아, 이거 왕따구나."
학교 가기가 싫었다. 쉬는 시간이 싫었다.
다들 나만 쳐다보는 거 같고 쉬는 시간이면 엎드려 잠만 잤다.
종례 후 집에 혼자 가는 모습 보이는 게 싫어서 제일 먼저 나와 집으로 도망치듯 뛰어갔다.
학교 생활이 바뀌기 시작했다.
나는 점심시간이면 밥 먹을 친구가 없어서 교내 상담실에 가있었다.
굶든 안 굶든 사춘기 소녀에게는 친구 없는 설움이 더 컸다.
이유도 몰랐다.
하루아침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고작 15살짜리에게 학교는 너무 큰 사회였다.
사람에 대한 마음가짐이 확 달라졌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이유 모를 배신을 당하고 나니 아무랑도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외로운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 친구들에 대한 분노, 배신감은 오래갔다. 그래서 나는 고등학생 때도 제대로 된 친구를 사귀기가 힘들었다. 다가오는 친구들에게 마음을 주면 또 떠날까 봐 두렵고 무서워서 솔직하게 못대했다. 어느 날은 친구랑 친구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나도 모르게 엄청 울었다. 친구가 "너는 우리랑 친해지고 싶은데 아닌 척하는 거 같아."라고 했다.
인간관계의 초기단계인 학창 시절에 경험해야 했을 것들을 껑충 뛰어버리니 성인이 되고도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웠다. 사람을 만나도 솔직하게 다가갈 수가 없었고, 솔직하게 다가오면 다가오는 대로 무서웠다. 이유 모를 시기와 질투로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에게 말 한마디도 못했으며, 여전히 학창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여러 명이서 그랬으니까 이유가 있겠지." 심지어는 몇 년 만에 대뜸 G한테 전화해서 사과하는 짓까지 해버린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가 없는데 그때의 나는 그랬다.
어린 시절에 겪은 따돌림에 대한 트라우마는 성인이 되어서 까지 알게 모르게 내 발목을 잡았다.
지금은 소중한 친구들이 함께하고 다른 사람이 주는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잘 지키지만
여전히 당시의 기억은 징그럽다.
혹시, 나와 같은 일을 겪었던, 혹은 겪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꼭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
부디 지금도 다가오고 있을 소중한 인연을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나는 그 친구들에 대한 분노, 슬픔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소중한 인연들을 많이 망치고 놓쳐왔다.
왕따에는 이유가 없다.
이걸 깨닫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과거에도 내 옆에서 니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줬던 사람이 있었다.
근데 그때의 난 슬픔에 잠겨,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가해자가 그 어떤 이유를 지껄이더라도, 어느 무엇 하나도 결코 왕따를 정당화할 순 없다.
그러니 부디 자책하지 말았으면…
당신 잘못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