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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tina Sarah Mina Nov 02. 2020

대학으로 인생 리셋해보자

나로 살아가기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사랑받는 막내딸,
우리 집은 '막내딸'인 것만으로 특권인 집안이다.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쉽게 가질 수 있고, 나에게 바라는 것이라고는 오직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전부인 집


어렸을 때부터 일벌이기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다닐 무렵, 홈파티를 여는 것은 일상이고 주기적인 아나바다 행사를 주최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초, 중고등학교는 그림 그리기 행사가 많았는데 그때면 친구들이 놀랄만한 그림도구를 왕창 가져가서 교실 구석진 자리에서 그림을 그렸다. 눈에 띄는 작품을 만든 게 놀라웠는지, 친구들이 찾아와 구경하는 모습은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듯 우쭐하게 만들었다.

행복했다.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일이 없었고 나는 관심받기를 좋아하던 아이였으니까



그런데


인생이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던 것이 이때부터였다.


물론 체벌금지로 지금은 아니지만 .. 모교를 검색하면 나오던 사진


내가 살았던 지역은 비평준화 지역이였다. 소문이 안 좋기로 유명한 학교였다. 신문에 한번 기고된 적이 있는데 학생들이 통나무를 들고 체벌 받던 모습은 해병대를 연상케했다. 학교에 대한 내 첫인상도 딱 그랬다. 건물에 들어 서자 담배 냄새가 가득했다. 화장실에 가면 연기가 자욱했다. 수업을 시작하면 교실에 있는 40명 중 5명을 제외하고는 잠을 잤다. 이런 학교에서의 3년이라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엄마가 하시던 사업이 어려워져 집안 사정도 좋지 않았다. 오빠는 군 복무로 인해, 엄마는 빚을 갚으려고 일하시느라 집에 없었다. 아버지가 은행에 다니셨지만, 매분 매초 빚에 허덕이던 모습이 어쩐지 더 이상 나에게 아양 떨 곳이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르게 살아보고싶다.
 


그때 감정은 분노였다.

"나는 존재 자체만으로 사랑받던 사람인데, 왜 나를 사랑해 주지 않지? 왜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는 거야?

다들 어디 갔어. 나 좀 봐줘."

스스로를 증명해 보일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러면 나를 봐주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감사하게도 자식 교육에 사명감이 있으셨던 엄마 덕분에 개인 과외를 줄곧 해오던 나는 선생님께 자문을 구했다. 선생님은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면 모든 일이 해결될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때부터 인생이 한 방향으로 맞춰졌다.

" 그래, 저거다. "


목표를 잊지않기 위해서 도화지에 가득 적어나갔다.


누가 이기나보자


그때 심정이었다. 열심히 살았다는 말 말고는 달리 표현 할 말이없다. 너무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시작한 공부이기 때문에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만 난다.


학교는 동네 구석진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집에 가려면 버스를 타야 했다. 근데 또 버스가 몇대 없어서 하굣길에는 항상 붐볐었다. 시간을 아끼려고 버스 탈 때는 영어 단어책을 봤는데, 하굣길에는 그러지 못한다는 게 억울했다. 그래서 손바닥만 한 통에 김자반이랑 밥을 싸서 혼자 교실에 남아 저녁으로 먹으면서 영어 단어를 보고 애들이 좀 빠지면 버스를 탔다. 저녁밥 먹을 시간을 아끼고 공부할 시간도 생겨났으니 일석이조였다.


2시쯤 공부를 마치고 집에가는 길


처절했던 것 같다.

새벽 1,2시에 독서실에서 나와 집으로 가던 길이 너무 추웠고 외로웠다. 이 시간만 버티면 그래도 나를 증명할 수 있겠지, 나를 봐주겠지. 했던 마음으로 버텼던 거 같다. 어느 날 학교에서 나는 모르는 선생님께서 내 얘기를 하고 다닌다고 들었다. 내용은 우리 학교에서 제일 잘 웃고 공부도 잘하는 학생이라고. 나는 속으로 울고 있었는데, 나 좀 봐 달라고 울고 있었는데 어느새 겉으로는 모범생이 되어있었다.




쏜살같이 지나간 시간
그렇게 나는 서울에 있는 경영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합격 당일에는 허무했다.


" 3년간의 사투가 끝이 났구나. 나를 증명했겠지. 그거면 됐다. 증명했을 거야. 이제 다들 나를 봐주겠지. "



"아 맞다. 근데 나 그림 좋아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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