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등학교 3학년 당시 1학기 중간고사에 가출을 하고, 음악을 하겠다며 공부를 포기했습니다. 이후에 음악이 잘 풀리지 않고 방황하던 와중 일단 대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에 4년이 지난 23살 4월에 재수를 시작했습니다. 보통의 재수학원이 1, 2월에 개강함에도 4월에 들어간 이유는 밀린 신용카드 대금과 관리비를 갚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늦은 나이에 재수를 했기에 수능 성적표가 없어 소위 강남대성, 서초 메가스터디 등 어느 학원에서도 저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본가가 있는 지방의 독학재수학원에 들어갔습니다. 4월에 제가 빨갛게 염색한 머리로 학원을 방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원장 선생님이 어느 정도 염색은 허용해도 이 정도는 너무 심하다며 머리를 자르고 와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ㅋㅋ...
아직도 4월에 들어간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쳤던 모의고사 성적이 기억이 납니다. 43464등급. 아마도 학원 월례고사였기에 등급이 저 정도였지 실제 평가원, 수능이었더라면 더욱 처참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후 독학재수로 인강을 들으며 7개월을 공부해서, 수능을 친 후 아래 성적표를 받고 연세대학교 수학과 합격 및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 입학했습니다. 학원 원장 선생님도 당시 빨간 머리로 왔던 불량해보이던 그런 제가 이런 성적을 받을 줄은 몰랐다며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 성적은 참고로 정말 월마다 꾸준하게 올랐습니다. 원장 선생님만 그걸 모르셨을 뿐이지...)
일단 먼저 저의 스펙을 간략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중학생 때 과학고등학교를 준비했고(물론 떨어졌지만), 고3에 수학경시대회 금상을 받았습니다.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수준은 아니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딱 한 번 모의고사로 전교 1등을 한 적이 있습니다(남들이 사회, 과학 공부를 같이 안 하고 하나는 포기할 때 저는 빈틈을 노렸습니다...).
이 말을 듣고선 "아 이 사람도 원래부터 타고난 거구나..."라고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명문대생이 유튜브에 흔히 제목을 붙이듯 '평범한 내가 000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와 같은 그런 기만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저 역시 어느 부분에서는 정말 많은 노력을 해서 이러한 성적을 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제 영어 점수는 현역 시절 만년 3~4등급이었고, 위에서 적은 것처럼 19살부터 22살까지 공부는 커녕 펜도 잡은 적이 없어 거의 백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셈이었습니다. 그 4년의 세월 동안 탐구 과목들은 '다른 과목'이 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교육과정이 천재지변처럼 바뀌었습니다. 그러므로 읽으신다면 분명 성적을 올리고 공부 방향을 잡는 데에 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대학에 가려고 했던 것은 정말로 단순하게 '좀 인생이 나아질까봐'라는 막연한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어이없는 이유로 대학을 들어온 탓인지 저는 8년째 대학을 졸업을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학교는 오래오래 다녀야지"라는 농담이 학우들 사이에 있지만은 저처럼 오래 다니는 학생도 드물 것입니다 ㅎㅎ... 다만 그나마 좋은 학교에 들어와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입학 이후 지난 7여 년간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한마디로 현재 수학과외로 중, 고등학생, 재수생, 그리고 초등학생까지 닥치는 대로 가르치면서... 그런 부분에서 제 재수 경험은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고, 그 경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기도, 공부 방향을 알려주기도 하면서 수업을 했습니다. 운좋게도 가르쳤던 학생들 중 전교 1등이 되었던 친구, 저보다 좋은 성적으로 의대에 입학한 친구들도 보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봐도 4년이 지나서 대학을 남들보다 늦게 들어간 것은 후회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냥 스트레이트로 좋은 대학을 갔었더라면, 그런 재수 경험, 노력을 해 본 경험이 없었을 것입니다. 성적이 오르지 않거나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명문대 선생님은 학생이 왜 못 하는지 이해를 못한다'라는 말이 있듯...
어쨌든 다시 한번 그때 공부했던 것을 떠올리면서, 또 제가 어떻게 재수 공부를 했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했는지 정리해보고자 블로그에 글을 씁니다. 글이 길어서 나눠서 올리려고 합니다. 어그로 좀 끄려고 '내가 7개월만에 서울대에 합격한 방법'이라고 썼습니다 ㅎ. 어쨌든 도움이 된다면 하트라도 한번씩 눌러주시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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