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성 Jul 17. 2024

과외에서 솔직함을 추구하면 안되는걸까

2달 정도 설탭 화상과외로 수학을 가르치고 있던

고2 친구가 있었습니다.


대충 실력이 ~등급 중하위권 정도이다라는

이야기만 듣고 수업을 하는데


도저히 수업이

진행이 되질 않는겁니다


학생이 뭐 숙제를 안하거나,

화상수업이라고 수업을 듣는둥 마는둥

하는 것은 아니였구요


이 친구는 소위 말하는

노베(NO BASE)


정말 중학교 과정

루트도 닮음도 이차함수도 모르는

수준의 학생이었던 것입니다








제가 애들을 가르치다보면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는데요


수학은 다른 과목과 달리

앞부분을 못하면 뒷부분을 절대 못합니다


고2 문제 막상 까고 보면 고1 문제인 경우가 많고

고3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고3때 배운 건 할 줄 아는데 고1걸 까먹어서 문제를 틀립니다


특히 도형은 수능 킬러문제 중에서도 

정말 까고 보면

중2때 배운 닮음으로도 풀리는 문제가 있구요







이 친구는 사실상 중학교 삼각비

루트 개념도 계산도

고1 원의방정식도 모르는데

삼각함수를 배우고 있는 꼴이었습니다


진도가 도저히 나가지질 않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솔직하게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이 정도면 그냥 중학교부터

다시 시작하는게 빠를 것 같다...


1달에 한 학년씩 뗀다고 하면 3달이니까

쌤만 믿고 따라와주면

겨울방학때는 진짜 수1 수2 다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거야"







학생도 OK를 해서

한 일주일 정도 

중학교 과정부터 다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도 중학교 과정은 곧잘 풀어오고

대답도 척척 잘하곤 했구요


그러던 그때




아이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기말고사 점수가 너무 안나와서

어머니가 학원을 보내실 작정이셨나 봅니다


일단 기하 자체도 

중학교 도형 삼각함수 등을 기본으로 깔고 가는 과목인데


그래서 저는 일단 학생의 상태와

제 생각을 말씀을 드려야되겠다 싶어서

학생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는데요








어머니께 이런저런 설명을 드리자

한동안 전화에서 말이 없으시더니


"...얘가 그 정도 상태인 줄은 몰랐어요 하아..."


하고 한숨을 쉬시더라구요

그리고 쭉 이런저런 아이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시더라구요


저는 

"그래도 OO이가 숙제 안하고 농땡이 치고

그런게 아니니까... 열심히 기초부터 하면 금방 잘 할 겁니다"


라고 일단 진정시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이후...

그날밤 어머니에게서 한 통의 문자가 왔습니다





설탭을 그만두겠다는 연락이었습니다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셨겠지만

어찌되었든 제가 신뢰를 못 드린 부분도 있었을 거구요


태연한척 이해한다고

그 동안 아이를 맡겨주셔서 감사하다고

답장을 드렸지만은


요즘 저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 

한명 한명 학생이 소중하고 한창 과외가 필요한 때여서...




차라리 내가 수업을 못한다고

학생이 수업 한 번 하고 관두는 것보다

멘탈에 타격이 컸습니다




아 괜히...




내가 말을 꺼내서... 괜히...




그냥 학생이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입닫고 수업만 했어야 했나...












모두 저의 탓입니다

괜히 불안감을 안겨드린 바람에 


좀 더 학부모님에게 

'정말 저만 믿고 딱 몇달만 맡겨주신다면'

하고 신뢰를 드렸어야 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서울대생은 죽도록 공부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