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속 이야기
소나기에 우르르 쾅쾅 천둥번개가 아침부터 난리다. 이렇게 요란한 휴일은 제일 편한 자세로 널브러지는 것이다. 점심때가 되니 천둥번개도 소나기도 조용해지고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두둥실 밝은 해가 빛을 발한다. 이렇게 꿉꿉하고 뜨뜻한 날은 차라리 따뜻한 목욕탕에서 땀이라도 쫘악 빼면서 맘껏 늘어져 보는 게 제격이다.
헝클어진 머리에 모자만 눌러쓰면 아쉬운 대로 목욕탕까지는 갈 수 있겠다. 언제 가도 물 위에 때 국물 없이 깨끗함이 좋고 원하는 취향대로 탕을 골라 담그는 재미도 무시할 수 없는 그곳. 단순하게 온탕 냉탕만 있는 가까운 목욕탕보다는 좀 멀더라도 해수탕 , 인삼탕, 맥반석, 목초액, 안마탕, 자수정탕, 쑥탕, 냉탕, 온탕, 대형탕이 출렁이는 그곳으로 간다. 나는 주로 탕 종류를 좋아하나 보다 소금사우나방, 황토찜질방, 자수정방, 안개사우나방 온도가 60도~90도로 올라가는 고온의 방 종류는 별로 사랑하고 싶지 않다. 후끈 달아오른 열기가 얼굴을 덮치는 것이 견디기 힘들고 숨쉬기 곤란하여 선택의 자유를 살려 그곳은 가끔 들릴뿐 필수코스처럼 즐기지는 않는다.
남탕에선 보기 힘든 안겨서 앵앵 거리는 아기부터 80~90세 인생 대 선배 어르신들까지 여성이라면 나이, 신분, 재산, 미모 등등 아무 제한 조건 없이 나체로 활보할 수 있는 곳. 실오라기 하나 안 걸쳐도 누구나 당당하고 아무도 불량한 여자라고 욕하지도 않는 곳. 누가 요조숙녀라고 가릴 것 다 가리고 걸치고 들어오면 이상한 사람이 되는 곳. 그곳에 들어온 이상 누구나다 누리는 것은 평등한 곳. 다만 치장하지 않아도 타고난 매력과 예쁜 것은 미워할 수 없는 차이지만 예쁘면 예쁜대로 뱃살이 출렁거리면 출렁거리는 대로 탕에 물이 넘쳐나도록 거구가 풍덩 빠져 들어도 아무도 아무 말 안 하는 곳이 이곳이다.
탕 안에 푹 빠져 눈을 감고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다 보면 이마에서 콧등에서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뜨겁지만 시원한 그 맛에 세상 부러울 것도 없고 세상 행복한 순간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밀리고 겹치는 그 얇은 피부를 때수건으로 이리 밀고 저리 밀고 또 밀어붙이는 어르신들을 보게 된다. 허리꼬부러짐, 탄력 없음, 주름 많음은 그 나름대로 살아온 내력을 몸으로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겹치는 주름살 하나하나 사이로 흐르는 물처럼 숨은 연륜이 골을 따라 흘러내린다.
꽃봉오리 같은 젊은이들은 정말 사랑스럽고 예쁘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부러워하며 피곤한 몸과 마음을 녹여 쉼을 얻는다. 가끔 꼬마 총각들이 왔다 갔다 첨벙거리며 쫓아다니긴 하지만 별 신경 안 쓰이는데, 그런데 애송이 아가씨들은 신경 쓰이는지 “왜! 저런 애들은 아빠 따라 가지 여긴 왜 와”한다. 꼬마 총각들아 다음에는 남탕으로 가면 안 될까! 누나들이 불편하단다.
목욕탕이고 온천이고 마스크 벗고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