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의 담을 헐면 모두가 아름답다

일상생활 속 이야기

by 수국


평상시엔 즐겨 찾지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낯선 곳에서 만난 맥도널드란 간판이 왠지 익숙하고 반가워 오늘 점심은 햄버거로 먹자며 들어갔다. 관광객인지 현지인들인지 젊은이들이 많았다. 우리도 자리를 잡고 앉아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까지 여기저기 둘러보게 되었다. 그때 출입구엔 머리가 백발인 할머니 세 분이 들어오셨다. 그 어른들은 출입구 가까운 곳에서 자리를 잡고 앉으셨다. 무슨 이유인지 그 할머니들에게로 자꾸만 마음이 갔다.


파리 시내를 며칠 동안 골고루 돌아봤어도 호호백발 현지인 할머니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파리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볼 수가 없다니까 “프랑스 사람들은 대부분 정년이 되면 따뜻한 남쪽으로 가서 여생을 즐기며 산다.”라고 누군가 말했다. 평소에도 노약자에게 관심이 많은 편이었는데, 궁금하던 차에 처음으로 현지인 할머니들을 보게 되니 반가웠다. 속마음은 달려가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지만 말이 안 되니 조용히 바라만 볼 뿐이었다.


머리는 하얗고 코는 오뚝하고 피부도 하얗고 적당한 체격에 허리는 꼬부라지지 않았고 자연스러운 주름까지 연세에 맞게 품위가 있었다. 보조도구 없이 꼿꼿하게 스스로 걸어서 친구들이랑 젊은이들이 좋아할 패스트푸드 점을 찾을 수 있다니. 얼마나 젊은 마인드에 젊은 식성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을 텐데도 우리나라 내가 아는 여러 할머니들의 정서와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에 그 여운이 오랫동안 남았다.


당연히 할머니들도 패스트푸드점, 레스토랑, 카페 어디든 갈 수 있고 햄버거 드시고 커피도 마시며 좋아하는 외식을 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백발 할머니들이 맥도널드에서 여유롭게 커피타임을 하겠냐는 생각에 의외라고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바꾸어 생각해보면 프랑스 할머니들이 빵과 음료로 외식을 하셨다면 우리나라 할머니들 밥이나 국수로 외식을 하는 것과 다를 것이 뭔가? 특별한 일도 아닌데 그런데 나의 편견은 맥도널드는 주 이용고객이 젊은이들이 아닐까란 생각에 알게 모르게 막힌 담을 허는 것 같은 프랑스 할머니들이 신기하게 멋져 보였던 것이다.

나의 또 다른 편견 하나

테이크아웃 커피의 주체는 젊은이들이라는 나의 편견을 깨는 또 한분이 계셨다. 이른 아침 출근길 도로에는 차량이 꽉 차 있었고 인도 위에는 모두가 빠른 걸음으로 걷는 사람들과 선 걸음에 짬을 내어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들, 발을 동동거리며 커피가 빨리 나오기를 기다리는 젊은이들. 모두 바쁜 아침시간에 가장 여유롭고 한가해 보이는 할머니 한분이 카페 야외테이블 위에 큼직한 가방 하나 올려놓고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 마시며 여유롭게 폰을 보고 계셨다. 이 시간에 혼자 밖에 나와서 커피를 마실 생각을 하셨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음의 상징처럼 생각했던 나의 편견을 깨며 할머니는 아침의 여유를 테이크아웃 커피로 즐기고 계셨다. 우리나라 할머니도 이제는 집에서 믹스커피 마시는 시대가 아니구나 옛정서와는 많이 다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인식하며 편견에서 깨어나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만사가 다 아름답다는 걸 왜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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