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속 이야기
문을 열고 나가자 엘리베이터 앞에 젊은 남자가 서있었다. 멈칫 놀라고 난 뒤 이 아저씨는 키도 크고 분명 앞집 아저씨는 아닌데 이 아침에 누구지 의심스러운 마음으로 쳐다보았다. 위층 혹은 아래층 사람이 여기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나 그럴 일은 잘 없지만 순간적으로 짜 맞추기식 추리를 하며 짧은 몇 초 동안에 별의별 생각을 다했다.
서로가 머쓱한 순간 젊은 남자는 앞집 대문 손잡이를 잡고 잠긴 문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행동을 한다. 아. 앞집 사람이 언제 이사를 갔나. 혹시 이사 오셨어요? 전후 상황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작정 물어본 것이다.
“예, 며칠 전에”
아 그랬구나 그러면 먼저
‘우리 이사 왔어요.’ 라던가 인사를 건넸으면 이렇게 당황할 문제는 아니었는데 쉽게 풀 문제를 순간 참 어렵게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보면 반가워야 되는데 일단은 경계부터 하게 되고 특히나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남자를 일대일로 만나면 무서운 생각부터 드니 세상이 왜 이래 정말!
‘앞집 사람이 이사를 가는지 오는지도 모르고 살았구나’ 이웃이라고 하기엔 너무 미안하여 혼자 구시렁거리니까 앞집 젊은이는
“아파트가 그렇지요” 한다.
아침에 나갔다 저녁에 들어오는 집이니 낮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다.
며칠 전 저녁에 들어오다 보니 계단 옆에 늘 있던 재활용 옷 포대기는 없어지고 안보이던 자전거가 한대 놓여 있어서 이 집에 자전거 한대 샀나 보구나 했더니 사람이 바뀌었던 거였어.
아파트가 사생활 보호라고 해야 할지 사생활 침해받지 않는다고 해야 할지 편하고 좋다고는 하지만 서로 이웃 없이 살아온 삶의 결과가 이렇구나 싶다.
두세 평 남짓한 공동 사용 공간을 사이에 두고 대문만 열면 서로 마주 보는 아주 가까운 이웃이지만 이렇게 서로 오고 가는 것조차도 모르고 살아야 한다니 너는 너, 나는 나 그렇게 무심하게 살면 되겠지만 이사 온 지 반년이 넘어가는데 아직 이웃할 사람을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
올해 따라 코로나가 사람을 피하게 하니 더더욱 사람을 만나기 힘들고 사람을 무서워할 판에 초면에 남의 집 방문해가며 인사한다는 건 더더욱 민폐가 아닐까! 옛날 정서 같으면 이삿떡이라도 한판 돌리겠지만 참아야 했다. 앞집 옆집도 서로 가는지 오는지도 모르고 아래 윗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산다니 이렇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지.그렇게 이웃을 꼭 알아야 될 필요가 있는가?라고 누가 되묻는다면 꼭 그럴 이유는 또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차 한잔이라도 서로 나누며 살면 좋은데 사람이 서로 다 생각이 다르니 모를 일이다.
한참을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지만 한마디로 세상이 왜 이래다. 길가에 핀 동백꽃이 예쁜 꽃길을 만들어 주건만 그 예쁜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는 꽃들 보기가 민망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