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장애인 가족입니다

택시 탄 지 9개월째

by 수국


택시를 타고 갈 때면 제발 신호등에 걸리지 않고 쭉쭉쭉 잘 건너가 주기를 바라게 된다. 잘 지나가 주면 기분이 좋고 자주 걸리면 안달이 난다. 이렇게 조급증을 낼 때면 차도 더 밀리고 신호마다 더 잘 걸리는지 톡톡톡 올라가는 택시비 그 숫자가 왠지 신경 쓰이기도 하고 속이 답답했다. 기사님이 무선 죄라고 신호등마다 잘 걸리는 기술도 좋으시네요 그랬을까! 기사님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지요.” 정답 그런데 난 속으로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앞에는 차들이 즐비하게 서서 대기 중이다. 내 판단으론 여러 번 신호를 받아야 될 것 같았다. 아 답답해 기사님은 “오늘은 많이 밀린 것 아닙니다.”라고 했다. 우린 지금까지 가끔 밀리긴 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오늘이 최고로 밀리네요. 기사님 많이 밀리니까 골목길로 가면 안 될까요 “좋으신 대로 합시다.” 한다. 그냥 던져본 말인데


다른 기사님들께 이렇게 말하면 흔히 “길이 좁다 나오는 차가 있으면 어렵다 차 돌릴 데가 없다”는 이유로 그 길은 거부했다. 느리게 가든지 돌아서 가던지 마음을 비우고 그냥 기사님 편한 대로 안전하게만 데려다주세요. 느긋한 척 기다려야 했는데 그 길로 순순히 가겠다고 하니 오히려 미안했다.


미안한 마음에 차 돌리기 좋은 곳에서 세워달라니까 끝까지 와서 세워주는 고마운 기사님!

택시비 계산하라고 돈을 내미는데 기사님은

“택시비는 안 받습니다.”했다

잔소리했다고 기사님 기분 상하셨나.

그렇다면 요금은 더 알뜰히 백 원이라도

더 챙겨가야지 의외라서 왜 그러세요?

택시비 받으세요.

미안한 마음에 저자세로 돈을 내미는데

“차비는 안 받습니다.”

“저도 장애인 가족입니다.”한다

네, 그렇습니까!

좋은 뜻으로 그러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깍듯이 인사드리고 택시에서 내렸다.


택시는 떠나갔지만 어쩐지 고맙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에 긴 여운이 남았다. 장애인 친구들을 보니 동생 같기도 하고 한 가족 같은 느낌이었나 보구나 고마운 기사님! 진작에 그럴 마음이 있었으면 약간만 표현을 해주셨으면 우리는 오는 동안 조용히 입 닫고 즐겁게 왔을 텐데 우리 친구들은 “좋은 아저씨네요” 했지만 나는 그 속도 모르고 귀찮게 했던 말이 부끄러웠다.


오늘은 요금도 포기하고 우리를 안전하게 태워 준 기사님의 따뜻한 마음에 귀한 선물 받은 듯 감사한 날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자신을 한번 더 돌아볼 기회가 되기도 했다. 드디어 수영장 가기 위해 택시 탄 지 9개월 만에 찝찝했던 기분을 싹 씻어버릴 기사님을 만난 것이다. 장애인가족을 둔 택시 기사님 덕분에 우리 친구들 맛있는 간식 한번 더 먹을 수 있게 되어서 더 행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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