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구름에 뒹굴고 싶었던 첫 비행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를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중이라 신기하고 흥분되고 벅찬 감정이 부풀어 올랐지만 세 번 네 번 가 본 친구들도 있고 처음 가는 이는 아무도 없는 우리 친구들 앞에서 차마 어떤 티도 낼 수가 없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 꿀렁꿀렁 박차를 가하며 공중으로 날아오르던 그 순간 오장육부의 떨림과 작은 창문으로 바라본 구름이 예술이다. 반짝이는 햇살 아래 유난히도 평화롭던 그 구름 위에 맘껏 뒹굴고 싶었던 유아적 감성을 억누르며 태연한 척 즐겼다.
내가 비행기를 처음 탔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속으로 폴짝폴짝 뛰어놀고 있다는 것을 알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절대 말하지 않았고 익숙한 척 티 나지 않게 눈치껏 잘하려 애썼다
우리 친구들 스무 명에 직원 세명 이십삼 명 중 진짜로 처음 가는 사람은 딱 한 사람 나 혼자 뿐이다. 어째 이런 일이 부끄럽고 창피하다. 그런데 비행기를 처음 타던 제주도를 처음 가던 그게 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인가? 그럴 수도 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왠지 자꾸만 부끄러운 생각이 드는지.
하늘 위를 날으며 들뜬 기분을 추스르며 첫 비행을 즐기기엔 한 시간이란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벌써 제주공항에 도착이라니 아쉽지만 우리는 맨 나중에 내리기로 하고 다른 사람들이 다 내릴 때까지 앉아 기다렸다.
“자 이제 내립시다.” 선두지휘 선생님의 구령에도 몇몇 친구들은 꿈적을 않았다. 나오라고 손짓을 해도 눈만 껌뻑거리며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는 것이 이상하다 싶어 가까이 갔더니 아뿔싸 안전벨트에 묶여서 꼼짝을 못 하고 있었다. 안전벨트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몰랐던 것이다.
몇몇 친구들을 챙기느라 뒤늦게 나오면서 여기까지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 미안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처음인 나만 어리둥절한 줄 알았는데 그래도 너는 눈치껏 티 나지 않게 잘해야 하는 선생이잖아! 나에게 묻고 답하면서도 내 눈은 이미 앞서가는 친구들의 머릿수를 세고 있다.
처음 간 제주도 내 마음과 눈으로 맘껏 즐기고 담아 오기도 바쁘지만 내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 유명한 관광지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스무 명 우리 친구들을 안전하게 지켜내야 했기에 맨 뒤에서 이탈하는 친구들이 나올까 봐 2박 3일 동안 뒤통수만 보고 신경을 곤두 세우며 따라다녔더니 생 몸살이 날 것 같다.
그래도 정신력으로 단단하게 잘 살아 있어야 했다. 그때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게 있다면 나도 누구의 보호를 받으면서 편안하고 자유롭게 관광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우리 친구들은 어디를 가나 무엇을 먹으나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제주도의 이름난 관광지 이곳저곳 여러 곳을 돌아보며 확 트인 바다를 보면서 오랜만에 속 시원함도 느꼈고 맛난 음식도 많이 먹었다. 그중에도 특히나 마음에 짠하게 남는 곳이 있었으니 관광코스 중 하나인 코끼리 쇼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이다.
코끼리 쇼 입장료가 비싸긴 한데 그래도 제주도까지 왔는데 하면서 누구라도 한 번씩 보고 가지 않을까 싶다. 우리도 코끼리 쇼를 관람했다. 코끼리 대여섯 마리가 각자 조련사들의 호령에 따라 입장하고 여러 가지 묘기 대행진을 벌렸다.
그 큰 등치들이 조련사의 요구에 따라 여러 가지 하는 행동들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얼마나 많은 훈련이 필요했을까 코끼리들이 머리가 좋은가 훈련하면 안 될 것이 없구나 대단하다 생각하면서 한편으론 자연에서 살아야 할 코끼리들이 인간에게 복종하면서 휘황찬란한 불빛 아래서 저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사람들은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니 좋아할 일이고 또한 멀리 갈 것 없이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서 코끼리 쇼를 보면서 웃을 수 있으니까 잘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보는 내내 즐거움보다는 코끼리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장면 한 장면 끝날 때마다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는 시간이라는 명목으로 코끼리들을 움직여 관객들을 향해 코를 내밀어 사람들이 바나나를 주면 받아서 입속으로 집어넣고 사람들이 돈을 주면 받아서 조련사에게 전해주고는 고개를 흔들며 액액액하는 소리를 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것인지 그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상술이 도를 넘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 기분이 씁쓸해졌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늙은 코끼리는 얼마나 많은 날을 이렇게 살았는지 조련사의 발뒤꿈치가 닿았던 곳은 털이 빠져서 동그란 원을 그리며 하얀 살이 드러났다.
아무리 말 못 하는 동물이지만 마음이 짠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짜인 순서에 따라 반복 공연을 해야 할 텐데 코끼리들은 어떨까?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을까!
돈을 내미는 사람들이나 돈을 받고 액액액 거리는 코끼리들이나 그 돈을 받아 주머니에 넣는 조련사 들이나 모두 웃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