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공원에서
바람은 모자를 벗기려 하고 모자를 지키려는 손은 힘껏 눌러 잡아야 쌀쌀맞은 바람과 맞설 수 있다. 모처럼 나들이에 방해꾼이 생겼지만 그래도 우리는 갈길은 가야 한다. 오랜만에 나들이 나간 그곳은 유치원 꼬마들부터 초, 중, 고등학생, 남녀 청년들과 많은 사람이 입장하려고 줄줄이 서있었다. 사람들만 봐도 시작부터 쉽지 않을 예감으로 하루 일정을 머릿속으로 계산해 본다.
날을 잘못 잡았나 공휴일도 아닌데 차마다 사람들을 쏟아내는 것이 사람 잔치가 열린 것 같다. 아이들은 놀이기구 타는 재미에 오는 것인데 우리에게 순서가 돌아오기나 할까. 예쁜 언니들의 안내와 울려 퍼지는 각종 소리가 우리를 반긴다. 금방이라도 거꾸로 떨어질 것 같이 휙휙 돌아가는 놀이기구 앞에서 아우성 소리를 들으며 분위기에 젖어든다.
바이킹은 무서워하면서 귀신의 집은 살살 들어간다. 입구에서부터 깜깜하여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 처음부터 귀신에게 홀린 듯 우리 친구들은 화살표를 따라 잘도 들어간다. 어느 틈에서 귀신이 나타날지 귀신과 마주할 각오로 조심조심 걷는다. 쏴~쏴~쉬이익 아랫도리를 흔드는 바람소리에 깜짝 놀라 엄마야!
괴성을 지르며 모퉁이 돌아설 때 시커먼 귀신이 손을 내밀어 어~허헉 또 놀란다. 놀란 마음 가다듬기도 전에 소복 입은 귀신이 또 나타난다. 머리는 풀어헤치고 피를 흘리며 목을 쑥 내밀고 일어서는 바람에 또 엄마야! 여기저기서 엄마야 엄마야 팔짝팔짝 뛰면서 엄마를 부른다. 귀신 보고 놀란 나머지 옆에 친구가 슬쩍 다가와도 깜짝깜짝 놀란다. 깜깜한 굴속 귀신의 집을 다 빠져나올 때까지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난다. 그래도 우리 친구들 허둥지둥 혼이 빠질 듯하면서도 잘 돌아 나와서 다행이다.
휙휙 돌아가는 놀이기구들은 무서워서 엄두도 못 내고 비행기. 자동차, 말타기 등 어린아이 수준의 놀이기구도 원하는 친구들만 탄다. 겁 많은 친구는 무서움에 꼭 쥔 손을 더 꼭 쥔다. 우리는 단체로 놀이기구를 탄다는 건 포기다. 서로 손잡고 여기저기 산책하며 꽃구경 사람 구경도 한다. 놀이공원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여러 가지 재미를 느끼며 걷는 것도 괜찮다.
뭐니 뭐니 해도 나들이에는 먹는 재미를 무시할 수 없지. 김밥 통닭 과일 음료수 등등 풍성한 점심을 먹고도 먹성 좋은 우리 친구들 가방 속에서는 하루 종일 맛있는 간식이 나온다. 이 친구가 한 입 저 친구가 한입 하나씩 얻어먹는 그 재미도 솔솔 하다. 마지막 헤어지는 순간은 언제나 아쉬워 다시 못 만날 헤어짐 인양 흥분된 친구는 찐하게 포옹도 한다. 서로서로 친구들아 잘 가. 형아 잘 가. 누나 잘 가 모두 모두 잘 가. 인사를 나누고 손을 흔들며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가, 아빠가 기다리는 가정으로 출발!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우리 친구들! 모두 모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