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보다 아파트가 좋아요
경아는 12평 임대아파트에 산다. 네 식구가 살기에는 너무 작지만 경아는 주택에서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하니 너무 좋단다. 13층에서 주변을 내려다보는 것이 신기한지 “베란다도 있다”라고 말하는 경아는 지적장애 2급이다.
경아 손을 잡고 가정방문을 간 날 대문을 여는 순간 어두워서 깜짝 놀랐다. 불을 켜지 않은 상태라고는 하지만 낮인데 이럴 수가 있을까. 밝은 곳에서 들어왔으니 그렇겠지 생각하며 집안을 돌아본다.
현관에서 대문 넓이만 한 길쭉한 통로 끝이 안방, 현관에서 오른쪽에 작은방과 화장실 화장실 벽과 안방 사이에 싱크대가 있었다. 주방은 좁았고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었다.
빛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은 안방인데 안방과 주방사이 유리문에 냉장고를 세워 놓았으니 당연히 어둡다. 냉장고와 싱크대 사이를 지나 안방에 들어가야 하니 온 가족의 주 통로로 쓰기에는 너무 좁았다. 냉장고를 다른 곳으로 옮길 공간이 없었다.
안방에 들어가니 종이 박스와 이삿짐 보따리들이 한 방 가득 쌓여있다. 이삿짐 정리가 안 된 상태이기도 하지만 딱히 정리할 수납공간도 없었다. 서랍장 하나와 텔레비전과 에어컨이 안방에 있었고 발코니에는 세탁기가 있었다.
집 평수와 어울리지 않을 만큼 키 큰 에어컨이 안방의 주인공이었다. 주택에 살 때 너무 더워서 산 에어컨이라고 했다. 주택 유경험자로서 그 더위 백번 이해가 되었다. 장롱은 왜 안 샀어요? “형편이 되면 사게 되겠죠.” 어머니의 대답이다.
이 집을 위해 가장 해주고 싶은 것은 정리정돈이다. 좁은 공간이지만 좀 더 넓게 살게 해주고 싶었다. 사들고 간 화장지도 복잡한 이 집에 짐 하나 더 보태는 꼴이었다. 온 가족이 필요에 따라 잘 사용하기를 바라며 화장지 풀리듯이 모든 일 술술 잘 풀리는 집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베란다”를 특히 강조한 경아네 가정환경은 어머니는 정신장애에 눈은 서서히 실명되는 중이라 입원과 퇴원을 번갈아 하는 환자다. 집안일을 하며 가정을 돌볼 수 있는 엄마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막노동을 하며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려 애썼다. 아버지 안 계실 땐 지적장애 3급인 중3 동생이 경아와 엄마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
‘생활은 어떻게 하세요?’ 별도움 안 되는 말이지만 하고 말았다. 남편이 20만 원, 30만 원 벌어주는 대로 산다는 어머니의 대답이다. “주택에 살 때는 복지관에서 반찬 배달을 해주어서 살기 좋았는데 여기서는 시장 반찬가게에서 사다 먹어요. “ 여기서도 복지관에 알아보면 반찬배달 서비스 혜택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스와 짐 보따리가 안방차지를 다하고 두 사람 누울 공간도 안 남았지만, 지금 생활하는데 불편한 것 없다며 어머니도 아파트라 주택보다 좋다고 한다. 잘 꾸며놓고 사는 넓은 집이나 발 디딜 틈 없는 비좁은 집이나 사는 사람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이다.
경아가 여름 날씨에 같은 옷을 며칠씩 입고 온 이유가 있었다. 그 집을 나와서 걸으며 많은 생각을 한다. 12평에 네 명 가족이 살면서도 부족하지 않다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경아네가 행복한 가족이다. 12평이던 24평, 32평, 49평, 100평이던 어디에 살아도 사는 사람 마음 편하고 행복하다면 그곳이 가장 살기 좋은 집이다
욕심을 버리자. 마음을 비우자. 감사하며 살자.
마음공부 톡톡히 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