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줄 서기 중

젊은이의 입맛을 따라가다

by 수국

어느 날 아침 집 앞 신호등을 건너 걸어가고 있는데 마주 오던 젊은 여성이 “힐스테이트가 어디냐”라고 물었다. 난 모른다고 검색해 보세요. 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걸어가는데 힐스테이트 힐스테이트가 어디지? 들어 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그 이름이 궁금해졌다.


이 동네는 관공서 천지라 구청이나 노동청, 세무서, 경찰청, 시청 이런 걸 물었으면 금방 가르쳐 줬을 텐데

지난번에 구청을 묻는 청년에겐 상세히 안내해 준 적은 있지만 힐스테이트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오래 살진 않았지만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눈썰미가 없어서 그런지 아직도 집 주변 동네를 잘 알지 못한다.


힐스테이트가 어디냐고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자기도 모른단다. 여기저기 찾아보더니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아뿔싸 이럴 수가.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이럴 때를 위해 있는 말인가 싶다.

정말 가까운 곳에 두고 모른다고 했으니

어쩌나. 우리 바로 이웃에 있는 아파트가 힐스테이트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등짝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얼마나 민망하고 부끄러운지 바로 내 집 근처에 있는데도 모른다고 했으니까 동네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 앞 도로를 걸어 다니면서도 아파트인지 빌딩 건물인지 모르고 다녔다는 것이 더 웃겼다. 이런 무관심!


알고 쳐다봐도 선뜻 눈에 들어오지 않는

아파트이긴 하나 그래도 심했다.

이젠 누가 물으면 힐스테이트 하나는 확실하게 가르쳐 줄 수 있을 텐데.

그런 일이 있고 난 후부터는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도 주변을 살피게 되었다. 내 눈썰미가 차량 속도를 따라 잡지는 못하지만 확실히 인지 하지 못하거나 궁금하면 자연스럽게 지나온 길을 따라 고개가 돌아갔다.

주말이면 가끔 지나가게 되는 길 위에서 새로운 현장 하나를 발견했다.

대로변 어느 상가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두 번째로 지나가면서는 오늘은 간판까지 확인하리라 눈을 크게 뜨고 보는데 이 집은 간판도 없는 집인가?

차는 이미 저만큼 지나가 버렸는데도

내 눈은 간판을 읽지 못했다.

고개를 돌려도 보이지 않는다. 뭐지?

더 궁금했다. 뭣 때문에 줄을 서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삼세판이라고 세 번째는 기필코 확인하리라 다짐을 하면서 그 근처 가기 전부터 눈을 크게 뜨고 단단히 준비하고 기다렸다. 고맙게도 그 집 근처에서 신호에 딱 걸렸다. 차도 멈췄겠다 찬찬히 살펴보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줄을 섰고 간판이라고는 흰 바탕에 까만 글씨로 ‘빵’ 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가로세로 사방 30Cm나 되려나 달리는 차에서 빵이란 글자 하나를 찾아내기란 결코 쉬운 간판은 아니었다.

아파트 상가 조그만 가게에 ‘빵’ 이라고만 쓰인 저 집에 사람들이 줄을 서다니 이제부터는 도대체 빵이 얼마나 맛있으면 줄 서서 기다리느냐? 그저 빵이라고 쓰인 빵 집의 그 내용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몇 차례 지나치면서 확인해본 결과 그때마다 줄을 서고 있었다. 사람들이 줄을 설 때는 뭔가 색다름이 있겠지 언젠가 한 번은 가봐야지 생각했다.


안 보면 잊었다가 줄 서는 걸 보고 나면 또 궁금하고 그러기를 여러 번 반복한 후에 어느 날 운동삼아 걸어서 빵 집까지 가보기로 하고 둘이서 도로를 따라 걸었다.

지난밤에 비가 왔는지 땅은 젖었고 날씨는 흐리다. 혹시 비가 올까 봐 우산을 하나 들고 가길 잘했다. 중간쯤 가는데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우산은 하나, 어쩔 거야 없던 정도 있는 척 남들 보면 어지간이 다정한 척 둘이 딱 붙어서 잘 맞지도 않는 발맞춰가며 삐그덕 그리며 35분을 걸었다.

‘빵’이라는 가게 앞에는 역시나 사람들이 줄을 섰다. 꽁무니에 붙어 서기는 했지만 남이 장에 가니 거름 지고 장에 간 꼴이라 앞에 선 사람들은 왜 섰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무슨 정보라도 얻어볼까 싶어 앞에 선 청년의 등을 툭툭 쳤다. 돌아보는 청년에게 이 집에 무슨 빵이 유명하냐니까 자기도 친구가 이야기해서 왔는데 잘 모른단다.


비는 여전히 추적추적 내리는데 모두 우산은 쓰고 끈질기게 기다리고 있었다.

돌아보니 대부분 이삼십 대 젊은이들이었다. 젊지도 않은 우리는 왜 이러고 섰는지?

우리 뒤에도 줄은 계속 이어졌다.

그 참 궁금증 때문에 빗속에서 이러고 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나 자신이 웃겼다.


매장 직원의 안내에 따라 세네 명씩 입장하여 명부 작성, 손 소독 후에 비닐장갑을 끼고 빵을 골라 담았다.

가게 안에 비치된 빵은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품목이 있고 일인당 두 개씩만 제한된 것이 있었다.

우리는 처음이라 궁금하기도 하고 맛보기로 이것저것 종류별로 몇 개 샀나 싶은데 계산하니 빵값이 오만 원 돈이 나왔다.


분명히 충동구매한 감이 들지만 그래도 웃으며 나왔다. 금덩이라도 구한양 그 빵을 끓어 안고 다시 35분을 걷자니 돈 가치만큼이나 알차게 무거웠다.

하여간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왕복 두 시간이 더 걸렸다. 몸집에 비해 비싼 만큼 떡도 아닌 것이 익숙하게 생긴 빵도 아닌 것이 과연 무슨 맛일까!


다음에 또 발걸음을 더 옮겨 갈 것인가

이대로 멈출 것인가 기대하며 종류별로

펼쳐놓으니 빵이 두 쟁반이다.

갑자기 빵 부자가 되었다.

깔끔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내리며

과연 무슨 맛일까! 기대하며 입맛을 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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