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실수

생활 속 이야기

by 수국

눈이 보고 뇌가 기억하고 있다. 실지로 역할 분담이 큰 입과 위장은 별 문제 삼지도 않는다. 생각이 뇌를 흔드는지 뇌가 생각을 건드리는지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에 고민이 된다. 눈은 이미 주변 파악에 들어갔고 약간의 아쉬움을 채워 줄 만한 것을 찾고 있지만 적당한 것이란 없는 모양이다. 발은 이미 냉장고를 향해 방향을 잡았고 손은 냉장고 문을 향해 허우적거린다. 적당량 채워 줄 것이란 과연 뭐가 좋을까?


달걀 일곱 개를 달그락달그락 반숙으로 잘 삶았다. 톡톡 두들겨 속껍질까지 매끈하게 잘 깠다. 적당하게 맑은 빛깔에 쫀득쫀득한 노른자. 과학과 기술력이 가미된 예술적 작품이다. 하나로 끝내기엔 아쉬움이 너무 많아 두 개를 연달아 먹었다. 입 안에 남은 마지막 노른자가 자극적인 뭔가를 원하고 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면 만족도 최고인 깔끔한 조합이 되겠지만 잠 못 이루는 밤이 무서워 자극적인 카페인은 내려놓기로 한다. 뇌를 스치는 씁쓸한 맛 농도 제대로인 칡즙이 생각났다. 커피가 아니라면 이럴 땐 딱이야 냉장고 문짝 두 번째 칸으로 손은 빠르게 갔다. 손에 잡히는 대로 무조건 파우치 윗부분을 쭉 찢었고 입안 가득 부었다.


아니, 왜 이리 달고 텁텁해 어쩔 수 없이 한 모금 마신 후 고개를 내리고 확인해 본다. 에잇 검은콩 호두 아몬드 두유다. 무작정 내 인지력을 믿었던 것이 잘못이었다. 텁텁함이 두 배다. 또다시 칡즙을 찾아보았지만 눈을 부릅뜨고 찾아봐도 칡즙은 하나도 없었다. 딱 하나 있었던 두유가 내 빈손이 불쌍해 걸려 주었던 것이다. 이 아쉬움이란


넘치는 풍성함 보다 약간의 부족함이 더 매력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으며 이런 머피의 법칙이라니 두유가 들어가니 배가 빵빵하다. 레미콘으로 땅 고르기 잘한 바닥처럼 빈틈없이 꼭꼭 채워진 이 느낌 어쩌지. 이 밤에 뿌득 뿌득 살찌는 소리가 난다. 내가 나를 믿을 수없으니 이 일을 어찌하랴 무작정 행동 지시한 뇌를 불신하며 손도 눈도 다 똑같은 한통속 한 몸의 지체들도 믿을 수 없음을 아휴, 폭삭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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