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해
나란 존재는 무엇일까!
나를 가장 잘 알고 가장 친해야 하지만 아직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뚜렷한 것도 없고 내가 나를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 더 큰 문제다.
심지어 누가 뭘 먹고 싶냐고 물으면 그것조차 대답하기 어려울 만큼 똑 부러지게 좋아하는 음식도 없고 그렇다고 특별히 싫다거나 거부하는 음식도 없고 뭣이든지 좋은 게 좋다고 두리뭉실 살아오느라 나를 특별히 챙겨 본 적이 없다.
뚜렷한 주관도 개념도 존재감도 없이 살아왔으니 어디에 숨겨진 나란 존재가 있기나 한 것인지
이제는 나를 바라보며 나와 친하게 손잡고 살아갈 만도 하건만 너무나 오랜 세월 방치해 둔 나와 만난다는 것이 참 어색하다.
나는 과연 어떤 그릇일까
어떨 땐 쉽게 깨지는 유리그릇 같기도 하고 때론 스테인리스, 실리콘 그릇처럼 깨어지지 않을 것 같기도 하지만 된장 맛이나 제대로 담아내면 다행인 투박한 뚝배기로 살아온 것이다. 가끔은 고급 요리를 담아내던 우아한 그릇을 탐하기도 하지만 욕심 없이 살아가야지 스스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곤 한다. 진작에 나를 바로 세우고 다듬으며 살아왔더라면
이렇게나 멀고도 어려운 당신이 되어 있지는 않았을 텐데 가깝고도 먼 당신이 나라는 것이 아쉽다.
열심히 퍼즐 맞추기 하듯 조각조각 잘 맞추며 살아왔지만 언제나 가족이 우선이었고 나는 늘 뒷전으로 밀려났다. 뒤돌아보면 손발이 닳도록 그렇게 열심히 살아서 내게 남은 것은 뭔가 싶기도 하고 무기력함과 허전함을 감당 못해 우울에 빠질 때도 있다. 때마다 먹어도 뱃속이 허한 것처럼 매일 열심히 살면서도 늘 허기진 나를 만난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익숙해져 버린 내 인생의 퍼즐은 주인공 없는 퍼즐 맞추기였고 이제까지 내 주변 퍼즐 맞추기에 힘을 다 쏟았다면 이제 마지막 남은 한 조각 나 다운 퍼즐 한 조각을 찾아 빈자리에 채워 넣기만 한다면 퍼즐 맞추기 한판은 완성될 것이다.
파도에 휩쓸려 구르는 몽돌처럼 달그락 거리며 늘 제자리 구르기를 하다 보니 나에게 돌아온 내 몸은 몽돌이 아닌 푸석 돌이 다 되었다 사람들은 속 빈 강정 같은 나를 보고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남들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살아왔어도 나는 왜 나를 쉽게 인정할 수 없을까!
때로는 잘 깨지기도 하고 또 어떨 땐 웬만한 충격이나 열에도 잘 견디는 척 하지만 사실은 잘 깨지고 부서지는 약한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
참고 견디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수십 년 마구마구 굴려먹었으니 결국은 무기력증 폼나게 말하면 번아웃의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다. 지금까지 몽돌처럼 구르며 애써 뚝배기로 살아온 내게 왜 우아한 명품 그릇이 되지 못하느냐고 다그친다면 억지도 그런 억지는 없을 것이다.
차라리 나에게 남들이 인정한 것처럼
'난 참 괜찮은 사람이야’
‘그동안 수고했어’라고
내가 나를 칭찬하거나
인정한다면 더 잘 살아갈 텐데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내게
토닥토닥
‘괜찮아’
'고마워’
‘사랑해’
‘힘내’
‘뚝배기라도 좋아’
내가 나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며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