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죽고 나는 살아야

잘 안 되는 그 심정은

by 수국

골목길 끝에는 재래시장이 있고 그 시장 안에는

여러 상가와 노점 그리고 지하에는 큰 마트도 하나 있었다. 시장 밖 코너에 있는 작은 마트는 아침 일찍 문을 열고 밤늦게 문을 닫았기에 지하 마트가 있어도 먹고 살만큼 현상유지는 되는 모양이었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주택가였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어느 날 시장 밖 작은 마트와 대각선 방향으로 마주 보며 마트 하나가 또 개업을 했다.

개업하면서부터 전단지를 돌리고 요일별로 할인행사를 시작했고 사람들은 하나 둘 그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손님이 많았던 지하 마트는 승산 없는 게임이라 판단했는지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은 문을 닫게 되었고 새로 생긴 마트는 가게를 넓혔다. 남이 잘 되는 걸 배 아파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사 잘 되어 확장하는 그 집에 손님이 모여들 때 맞은편에서 파리 날리며 속 태울 작은 마트 그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느 날 저녁 확장한 그 마트에 가봤더니 파 한 단에 100원이라고 말도 안 되는 가격이 적혀있었다.

1000원을 잘 못 적었나 의심스러워 묻고 또 물어도 잘못 적은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 왜 그렇게

파느냐고 물어본즉 자기들은 500원에 팔았는데

앞집에서 300원에 팔아서 그래서 약이 올라

누가 먼저 죽는지 해보자”라고

“저녁 9시 이후부터 100원씩 팔고 있습니다”

라고 했다.


100원에 파 한 단이면 잠시 살림에 보탬이 될 수는 있겠지만 차마 그 독기 서린 100원짜리 파 한 단을 집어 올 수는 없었다. "누가 먼저 죽는지 해보자"는 그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예전에 밑천도 없으면서 조그만 마트를 시작했다가 1년은 그런대로 잘했지만 이웃에 큰 마트가 들어와 할인하며 덤핑 치는 바람에 가격경쟁에서 참패를 당하고 없는 밑천에 결국은 빚만 떠안고 점포정리를 했던 그 일이 새록새록 기억나면서 약자가 마음에 걸렸다.


최소한의 생계수단으로 살아 보겠다고 작은 마트를 시작했는지도 모르는데 앞집 문턱을 넘나드는 손님들을 보면서 속 타는 그 심정은 어땠을지 그렇게 약자를 짓밟아 죽어 넘어지도록 해야만 속이 편할까! 경쟁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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