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의 행동으로 얻어낸 소득

친숙한 다운증후군

by 수국

지하철을 타기 위해 바쁜 걸음으로 걷는 어떤 사람들보다 여유롭게 걷는 한 젊은이가 눈에 띄었다. 처음 보는 사이지만 너무도 익숙하고 잘 아는 사람 같은 그 청년은 다운증후군이었다. 어디에 사는 누군지는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았고 스쳐 지나면서도 관심이 갔다. 그 청년은 나와는 반대방향으로 걸었다.


지하철이 도착할 때까지 계속 걸어갔다면 4호차

정도에서 탔을 법한 그 청년은 몇 정류장 가다 보니 1호차 안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조금 전 본 그 얼굴이었기에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폰을 보고 있던 많은 젊은이들을 다 지나 열심히 폰에 집중하던 중년 아주머니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아무 말없이 아주머니 팔뚝을 툭 쳤다.


아주머니는 깜짝 놀라며 뭔 일인가 싶어서 쳐다봤다 무작정 자리를 비켜달라는 뜻인가 싶었더니 어 왜? 뭐? 하며 쳐다보는 아주머니에게 꼭 쥔 오른손을

펴 보였다 동전 몇 개가 그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 손을 본 아주머니도 아무 말 없이 바쁘게 지갑을 열었고 동전 몇 개를 손에 건네주니 조용히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눈치껏 목적을 이루는 다운증후군 청년의 행동이 우습기도 하고 그 용기가 대견스럽기도 했다.


한편 출입구 쪽에서는 허리에는 허리보호대 무릎에는 무릎보호대를 한 중년 아저씨 한분이 소형 구르마를 끌고 들어오더니 허리 보호대와 무릎보호대를 쭉쭉 늘려가며 편하고 좋은 상품 저렴하게 팔 때 구매하라고 입이 마르도록 열심히 설명했지만 아무도 반응이 없었다. 강제로 판매할 수는 없었기에 다른 칸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다음은 2호차에서 들어온 노신사 한분이 야외용 방수매트를 펼쳐 들며 김장할 때는 김장 매트로도 사용하고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런 좋은 물건을 어디 가도 이 가격에 살 수 없다며 상품 판매를 위해 열을 올렸지만 역시나 별 반응이 없었다 그 아저씨도 별 소득 없이 지나갔다.

모두가 고객이고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할 것 같은 물품이었지만 판매실적 없이 뒤돌아서는 그분들을 보면서 오히려 한마디 말없이 조용하게 구걸하던 다운증후군 그 청년이 소소하게 소득을 올리고 있구나 싶었다. 밑천들이지 않고 동전 한 두 닢에 흡족해하며 뒤돌아서던 그 청년의 동글동글한 얼굴이 계속 떠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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