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봄은 계속될 것인가

연로하신 엄마를 생각하며

by 수국


계곡 물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하면 울 엄마는 까칠한 북풍이 빨리 지나가고 새싹이 움트기를 치마폭을 폈다 접었다 하면서 봄을 기다리셨다. 평생 땀 흘리며 농사짓던 농토를 뒤로하고 자식들 곁, 도심으로 삶의 자리를 옮긴 후에도 일평생 함께했던 고향 땅, 밭고랑 따라 새싹이 움트는 나물 밭을 잊을 수 없어 봄이면 봄맞이하느라 마음이 늘 바빴다. 힘들어도 차 타고 배 타고 차 타고 걷고 그러면서도 깊은 산속 자연이 움트는 그곳으로 고향의 봄을 만나러 다니셨다. 꼭 지켜야 할 약속처럼, 연중행사처럼.


젊은 딸보다도 더 의지가 강하셨던 울 엄마는 한 시대의 산 증인으로 살아오신 깡이라고 해야 할지 건강이라고 해야 할지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나물을 보면 생기가 돌고 없던 입맛도 살아난다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봄날에 기대며 잘 지내셨는데, 이젠 그 좋아했던 모든 것도 먼 나라 이야기처럼 내려놓으시고 내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들어 구들장과 더 가까이 지내려 하시니 안타깝다. 사방에서 휘몰아치던 모든 바람 한 가슴으로 품어 안으며 보낸 세월에 쌀 한 되 박 들

힘도 없이 기역자로 굽어진 등허리와 불쑥 튀어나온 손마디와 골골이 주름진 얼굴이 구순하고도 사 년을 더한 세월의 이력이 되었다.


큰 병 없이 잘 살아오셨기에 울 엄마는 그렇게 쉽게 무너질 어른은 아니라고 백수 하실 거라 어설픈 예측도 해보았지만 기력이 약해지니 온 몸의 기능도 떨어지고 모든 면이 연약하지만 그래도 정신은 맑아서 불편한 몸으로도 자식들에게 해가 될까 봐 혼자 내 집에 머물기를 고집하신다.


지극 정성으로 차려 내시던 울 엄마의 정갈한 밥상, 힘들었지만 어쩌면 그런 일들이 지금까지 울 엄마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지만 올해 봄맞이 행사는 입원과 퇴원으로 점점 약해져 가는 엄마를 보며 자식 도리 제대로 못한 미안함에 안쓰러워 엄마의 시간은, 엄마의 봄은 언제까지 더 이어질 것인지 예측할 수 없는 엄마의 건강을 응원하며 애태우고 있는 중이다.


효도하지 못한 마음 효도란 뭘까요? 부모님이 흡족해하실 만큼 좋은 것 많이, 혹은 놀랄 만큼 큰 것 드려야만 효도일까요. 그렇게만 생각한다면 어쩌면 평생 못할지도 모르니까 나만의 기준은 부모님 살아생전에 자주 찾아뵙고 말벗이 되어 드리면 더 좋은 일이고 따뜻한 콩나물국 한 그릇이라도 정성스럽게 끓여서 소소하게 함께 나누는 그 마음이 효도라 생각하며 정답 아닌 오답일지라도 마음에 새기며 효도가 뭐냐고 누가 묻는다면 그렇게 대답하리라.


보고 또 보고 하고 또 해도 내 마음 불편하고 염려스러우면 한 번 더 찾아뵙게 되는 것. 그러다 보면 남들은 효도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것이 효도란 말로 돌아오는 것 아니었던가 싶다. 석 달 열흘, 일 년 이년을 찾아뵙지 않아도 내 마음 거리낌 없이 무진장 편하다면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자식으로서 늘 부족함만 마음에 남으니 어찌합니까! 그래도 울 엄마는 자식들 마음 아파할까 봐 효도할 기회를 주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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